아베 “조건없는 대화 원해”…北, 日이 내민 손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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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5월 3일 14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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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패싱’ 우려 심화 차단, 국내 정치 활용하려는 듯
日, 北과 정상회담 못해…“北, 日 제안 수용 가능성 낮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오른쪽)이 지난 2002년 9월17일 평양에서 열린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일 ‘평양선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우리민족끼리 캡처) © News1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오른쪽)이 지난 2002년 9월17일 평양에서 열린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일 ‘평양선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우리민족끼리 캡처) © News1
북핵 6자회담국 가운데 지난 1년여 간 유일하게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지않은 일본이 북한에 구애의 손을 적극 내밀고 있어 북한의 대응이 주목된다.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일본의 제안을 당장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일 보도된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건을 붙이지 않고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솔직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해보고 싶다”며 “(김 위원장이) 국가에 있어 뭐가 최선인지를 유연하게, 또 전략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오는 9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일본 정부가 뉴욕에서 북·일 고위급 접촉을 갖자는 제안을 북한 측에 전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스가 장관은 납치문제담당상을 겸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외교청서 내용도 바뀌었다. 지난해 북한에 대해 언급됐던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이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올해 판에는 “국제사회가 하나가 돼 미국과 북한의 협상을 뒷받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이 내용이 들어갔다.

일본이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게 된 것은 ‘재팬 패싱’(일본 배제) 심화를 우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년여 동안 시진핑 중국 주석과 4차례, 문재인 대통령과 3차례, 도널트 트럼프 미 대통령과 2차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1차례 회담을 했지만 일본은 외면했다.

서동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사는 지난달 말 보고서에서 “(북러) 정상회의로 일본의 아베 총리만이 북한 최고 지도자와 회담을 갖지 않은 유일한 주변 4강 지도자가 되었다”며 “일본의 대북 접근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국내 정치 활용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납치 문제 해결은 선거 승리와 자신의 숙원인 헌법 개정과 같은 정책 수행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2001년4월~2006년9월) 시절에 자민당 간사장과 관방장관 등을 지내며 납치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납치 문제가 정치화된 상황에서 아베 총리의 강경한 자세는 총리에 오를 수 있는 발판이 됐다.

그렇다고 일본이 북한에 유화적 제스처만 취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대북 압박에 발맞춰 지난달 초 독자적 대북 제재를 2년간 재연장했다. 일본은 북한 물자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고, 북한 선적의 모든 선박과 북한에 기항한 모든 선박의 자국 입항도 막고 있다.

일본의 이 같은 태도에 북한이 응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과거 김정일 시대에 6자회담이 열렸을 땐 참가국인 일본과 직간접적 대화를 했고, 안 열렸을 땐 한미일 협력, 미일 동맹을 와해시키기 위해 일본을 활용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고, 김정은 위원장은 그렇게 활용하려는 징후도 안 보인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김 위원장은 일본 측에 회담을 하려면 납치 문제를 의제로 삼을 수 없고, 압박과 제재부터 풀라고 요구할 것이다”며 그래서 북일 정상회담은 3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협상 진전이 있고난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정부는 납치 피해자로 17명을 인정하고 있다. 이중 5명은 2002년 고이즈미 당시 총리의 방북 직후 귀국했다. 남은 12명에 대해 북한은 8명은 사망했고, 나머지 4명은 북한에 입국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으로 납치 문제는 종결됐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조선중앙통신은 “일본이 떠드는 납치문제는 이미 다 해결 됐다”며 이는 “일본의 특대형 반인륜 범죄행위들을 덮어버리려는 비열한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일본 외무성은 “다른 피해자들(12명)에 대해선 2004년 5월 일조 정상회담에서 북조선(북한)이 즉각 진상 규명을 위한 철저한 조사 재개를 천명했지만 아직 납득이 갈 만한 설명은 없다”며 “납치문제에 관한 북조선 측의 주장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어 일본 정부로서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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