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55년만에 찾아온 北최고지도자에 극진한 환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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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2차 정상회담 개막]동당역 역사 밖까지 레드카펫
예포 발사만 빼고 국빈급 영접… 하노이 이동때 경호차량 32대
김정은 숙소 주변 장갑차 4대 배치

환영 꽃다발 받는 김정은 26일(현지 시간)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현지 전통의상 아오자이를 입은 베트남 여성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으며 웃고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55년 만의 방문에 이날 역에는 
베트남 환영 인파 수백 명이 몰렸다. 동당=뉴시스
환영 꽃다발 받는 김정은 26일(현지 시간)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현지 전통의상 아오자이를 입은 베트남 여성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으며 웃고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55년 만의 방문에 이날 역에는 베트남 환영 인파 수백 명이 몰렸다. 동당=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두 번째 핵 담판을 앞둔 베트남 하노이 시내는 두 정상의 도착을 앞두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거리 곳곳에 장갑차와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배치한 베트남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이동할 때마다 오토바이족으로 가득했던 도로를 전면 통제해 도심 한가운데 도로를 깨끗이 비웠다. 특히 55년 만에 베트남을 방문한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에 대해 베트남은 트럼프 대통령을 능가하는 남다른 국빈급 환대로 맞았다.

○ 요새로 변한 김정은 숙소 호텔

김 위원장의 숙소 멜리아 호텔과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 JW매리엇 호텔은 이날 오전부터 요새로 탈바꿈했다. 이날 아침부터 1m 안팎 높이의 회색 철제 바리케이드를 쳐 호텔 양쪽 진입로 50∼100m까지 도로와 인도를 모두 ‘전면 통제’했다.

김 위원장의 숙소 멜리아 호텔 뒤편에는 장갑차 4대와 총기로 무장한 군인 10명이 도로변에 서서 비상사태를 대비했다. 호텔 앞길을 현지에선 ‘김정은 로드’라고 부르고 있는데 차량과 사람 모두 출입이 불가능하다. 베트남 경찰과 군인들은 호텔 부근으로 가려는 이들에게 “신분증을 달라” “뒤편으로 돌아가라”며 막아섰고 사전에 확인된 인력만 들여보냈다.

전날까지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호텔 내부 경호도 한층 강화됐다. 이날 오전 호텔 직원들은 여권과 투숙객 명단을 대조하며 외부인은 전부 호텔 밖으로 내보냈다. 일부 투숙객에게는 한 명씩 붙어 본인 방으로 들어가는지 직접 확인했다. 김 위원장이 호텔에 들어간 직후인 오전 11시 20분경엔 허리가 굽은 노인 투숙객이 캐리어를 직접 끌고 호텔 밖으로 나오다 넘어져 호텔 직원들이 직접 업어 바리케이드 밖으로 안내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머물 ‘프레지덴셜 스위트 룸’이 있는 22층과 북측 수행원, 경호원 등이 묵는 17∼21층은 엘리베이터 버튼이 아예 작동하지 않도록 막아놨다.

○ 특급 환대로 김정은 맞은 베트남

베트남이 준비한 김 위원장에 대한 환대도 남달랐다. 베트남 당국은 이날 오전 5시부터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를 타고 도착할 동당역 주변에 장갑차를 배치했다. 오전 7시부터는 김 위원장이 발을 디딜 플랫폼에서부터 전용차에 탑승할 역사 밖 도로까지 레드 카펫을 깔았다. 동당역에는 베트남 권력 서열 13위의 보반트엉 공산당 선전국장이 직접 영접에 나섰다. 예포 발사만 빠졌을 뿐 사실상 국빈 방문에 준하는 영접에 나선 셈이다.

김 위원장이 동당역에서 하노이로 이동하는 170km의 여정에는 오토바이를 포함해 모두 32대의 경호 차량이 투입됐다. 베트남이 김 위원장에게 특급 경호와 의전을 제공한 것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국제적인 위상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베트남전쟁에서 미국을 상대로 함께 싸웠던 북한과의 혈맹 관계를 복원하려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짧은 준비 기간 탓에 일부 의전 실수들이 그대로 전파를 타고 전 세계로 방송되기도 했다. 동당역에서는 김 위원장 전용열차가 하차 지점을 정확하게 맞추지 못해 여러 차례 위치를 조정하거나 먼저 열차 문을 열고 나온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김 위원장으로 착각한 베트남 군악대가 연주를 시작해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두 차례나 황급히 연주를 중지시키는 모습도 나왔다.

정상회담장으로 확정된 것으로 알려진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에는 이날 오후 늦게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나타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김여정은 약 45분간 이곳에 머물며 동선을 최종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베트남#정상회담#동당역#레드카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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