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통일 방식에 따라서 남측의 경제적 부담이 다르다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7일 10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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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남·북이 통일되는 방식에 따라서 남측이 지는 경제적 부담이 다를 것이라고 하는데 좀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박지혜 고려대 미디어학부 15학번(아산서원 14기)


A. 통일의 방식은 매우 다양한 경우가 있겠지만, 여기서는 1) 급진적 흡수통일, 2) 점진적 합의통일, 3) 통일하지 않고 남북 협력 유지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급진적 흡수통일’의 경우,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 ‘통일비용’이 발생합니다. 즉, 통일비용은 흡수통일을 전제로 한 개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통일비용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고, 이것이 남북 협력에 대한 반감으로까지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오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서독이 부담한 통일비용 중 약 50% 이상이 동독 주민의 소득보전을 위해 사용된 반면, 철도, 도로 건설 등 직접적 사회기반시설(SOC) 구축에 사용된 것은 약 12%에 불과했습니다. 갑작스런 흡수통일이 진행되었기에 동독 주민에게 서독과 동일한 기준의 소득과 복지를 제공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한반도의 상황은 전혀 다릅니다. 남북은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하고 평화 번영의 길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북미 간 실무적 해결이 진전되면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도 완화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흡수통일에 대한 기대나 우려는 ‘헛된 꿈’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령 가능하다 해도 흡수통일은 남한에 큰 경제적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남북 격차로 인해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급진적 방식은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가장 바람직한 통합 과정은 평화적 교류 협력을 통해 남북이 합의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격차를 완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두 번째 ‘점진적 합의통일’의 방식입니다. 또한 지금 통일을 논할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 결정권을 넘겨주는 것이 현명합니다. 만약 먼 훗날에도 다수가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면 세 번째 ‘통일하지 않고 남북 협력을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와 세 번째의 경우, 남한이 지출하는 비용을 ‘통일비용’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물론 북한 SOC 개선과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지만 이를 통일비용으로 보는 것은 오해입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 개별 기업의 북한 투자를 살펴봅시다. 우리 기업이 세계 어느 곳이든 진출해서 이익을 목적으로 사업을 하는 행위와 동일하게 봐야 합니다. 기업은 이익이 된다면 어디에든 진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개별 기업의 투자를 통일을 위해 지불하는 비용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개별 기업의 투자가 이뤄지려면 철도, 도로, 에너지, 항만 등 한반도의 대동맥과 신경망을 연결하는 SOC 구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미래 한반도의 씨앗을 심는 것이며 우리 자신에 대한 투자입니다. 섬나라와 같이 대륙으로부터 단절된 상태에 있던 한국이 비로소 유라시아 대륙 경제와 연결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비용은 한국 경제의 자체 역량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지만, 부담을 줄이는 여러 가지 방법도 있습니다. 남북 주도의 투자 플랫폼으로서 북한개발은행(가칭)을 설립하고 여기에 국제금융기구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 및 국제 자본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리스크를 공유하고 중장기적 투자를 위한 ‘패키지딜’을 구성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것도 선택의 문제이지, 통일을 위해 지불해야하는 비용이 아닙니다. 만약 우리가 머뭇거리면 국제자본이 먼저 기회 선점을 위해 뛰어들 것입니다. 북한이 국제자본과 한국자본 중 선택하여 투자를 받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오히려 우리가 북한을 설득해야 합니다. 우리의 경험을 알려주어서 무분별한 해외자본 유치를 지양하고, 남한이 가장 우호적인 협력 파트너임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남북을 관통하는 SOC 연결은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 해양의 접점에 놓인 한반도에 대전환이 일어나고 복합물류 네트워크 허브로서 다시 태어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통일비용’이라는 허상에 움츠려들지 말고 미래 한반도의 원대한 꿈을 꾸어 보기를 바랍니다.

민경태 재단법인 여시재 한반도미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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