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년 초 김정은 만남 기대”…대화유지 속 비핵화 줄다리기

  • 뉴시스
  • 입력 2018년 11월 8일 14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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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고위급 회담이 하루 전날 돌연 연기되면서 비핵화 협상이 한동안 ‘줄다리기’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국무부는 단순한 일정 조율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회담 전 북미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은 것이 원인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 국무부는 7일(현지시간) 회담 연기를 발표하고 이를 단순한 일정 조율 문제라고 강조했다.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일정 조율 문제이다. 우리는 다시 (회담) 일정을 잡을 것”이라며 “일정이 변경되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당초 예정됐던 8일(현지시간) 북미 고위급회담 직후 9일 열리는 미중 안보대화를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미 중간선거 직후 폼페이오 장관이 연쇄적으로 북한과 중국의 협상을 연이틀 소화하기에는 무리였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아울러 이번 북미 고위급회담에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참석할 예정이어서 실무회담 진행까지 하루 당일치기로 진행하기에는 시간이 짧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

다만 회담 연기 이유에 대해 한두 가지로 특정하기 어렵지만, 일정 문제보다는 최종적인 의견 조율에서 입장차가 있지 않았냐는 분석이 현재로서는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도 대체로 이번 회담 연기에 대해 북미 간 의견 차이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회담 연기에 대해 북미 간에 상대방에 대한 요구와 기대의 기대의 불일치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으로 정점을 이뤘던 양측간 외교가 ‘모래수렁 속으로 빠져들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회담 연기와 관련,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수개월간 외교가 정체돼있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징표라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방문하고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뉴욕을 방문하는 등 고위급 회담은 이어졌지만 실무 레벨에서는 진전이 느리다는 것이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도 눈여겨 볼만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내년 초에 조만간 만날 것이라는 기대를 비추면서, “나도 제재를 없애고 싶다. 하지만 그들(북한)도 호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내년 초로 예상되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목표로 양측이 대화 기조는 유지하되, 아직 좁혀야할 부분이 남아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이에 대해 “미국이 싱가포르 4개 항 합의사안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유연한 자세을 보이긴 했지만, 북한의 핵능력 신고 검증에 대해 미국이 요구사항을 맞춰줄 준비가 안 돼 있고, 그 결과 (북한도) 미국으로부터 얻어낼 것이 없다는 인식을 한 것 같다”며 “(북한이) 당분간 정세를 조망하고 상황 변화를 기다리는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북미 고위급회담 연기 발표 뒤 몇 시간 후 나온 러시아의 발표도 눈길을 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외교 담당 보좌관인 유리 우샤코프는 “내년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당초 김 위원장의 방러는 연내 추진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이번 발표는 지난달 러시아가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초청했으며 그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힌 것과는 다른 맥락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라는 변수가 남은 상황에서 북미 고위급회담이 연기되고 다시 교착 국면에 빠지면서 북한이 러시아를 만나는 것이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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