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전차 납품 지연…힘없는 조립업체만 책임져라?

  • 뉴스1
  • 입력 2018년 10월 9일 0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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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 지연은 변속기 국산화 실패 때문인데…
방사청·방추위가 국산화 추진, 현대로템 “억울”

육군에 배치된 K-2 전차 모습 © News1
육군에 배치된 K-2 전차 모습 © News1
K2 전차의 납품 지연을 놓고 방위사업청과 체계(조립)업체인 현대로템간 책임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방위사업청(방사청)이 납품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을 물어내라고 요구하자 현대로템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가 선택한 변속기 결함으로 납품지연이 발생했는데 이에 대한 책임을 힘없는 체계업체에 떠넘기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9일 현대로템에 따르면 2016년 12월부터 순차적으로 예정됐던 K2 전차 106대의 방사청 납품이 2년가량 지연되고 있다.

올해 2월 방추위는 결함이 발견된 S&T중공업 변속기를 독일 기업(RENK) 제품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으나 아직 계약변경이 이뤄지지 않았다. 현대로템은 2014년말 방사청과 K2전차 납품 계약을 맺었다. 변속기를 변경하려면 공급대상인 방사청과의 계약을 수정해야만 한다.

방사청과 현대로템이 갈등을 빚고 있는 부분은 납품 지연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여부다. 지난 8월 군수조달실무위에서는 K2 전차 106대의 납품 시작 시기를 2019년 이후로 조정하는데 합의했다.

방사청은 2016년말에서 2019년 이후로 납품 개시일이 연장된 만큼 공백이 생긴 885일에 대한 지체상금을 현대로템이 물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일수를 감안한 지체상금은 1500여억원으로 추산된다. 현대로템은 납품계약 변경을 요청했으나 방사청이 지체상금을 공급업체가 먼저 인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계약수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납품지연이 발생하면 계약상 공급업체인 현대로템이 지체상금을 내야하는 게 맞다. 그러나 주요 부품업체를 정부(방사청)가 지정하는 방위산업 특성과 K2 전차의 국산화 무산 과정을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K2 전차의 생산지연은 핵심부품인 변속기 결함으로 발생했다. 해당 전차의 국산화를 추진했던 방추위는 2014년 11월 K2 전차에 S&T 중공업의 변속기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전에 생산된 K2 전차에는 독일 기업 RENK의 변속기가 탑재됐다.

방추위 결정 후 S&T중공업 변속기의 성능검증이 이뤄졌으나 내구도 시험에서 결함이 발생하며 생산이 지연됐다. 2016년 1차 검사 후 6차례 이뤄진 내구도 시험에만 1년이 소요됐다. 5차 내구도 검사 실패 때 현대로템은 납기 연장 또는 외산 변속기 사용을 건의했으나 방추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방추위는 방위 사업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로 국방부 장관과 방사청장이 각각 위원장, 부위원장을 맡는다. 주요 안건은 방사청이 상정한다. 다시 말해 K2 국산화 추진 무산의 원인제공자는 국방부와 방사청이라는 의미다. 변속기 선택에 대한 결정권이 없었던 현대로템에게 지체상금을 강요하는 조치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계약 전 2014년 현대로템이 방사청에 K2 전차 100대를 공급했는데 당시에도 K2 전차 국산화를 추진했으나 엔진 및 변속기 내구도 문제로 무산됐다”며 “이 때 책임을 인정한 정부가 지체상금을 물리지 않았는데 2차 양산에서 방침을 바꾼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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