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성 헌재소장 “권력 탐하면 오만-과욕 부릴수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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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다운 재판은 의무이자 책임”… 퇴임식서 사법부에 우회적 충고
헌법재판관 4명도 임기 마쳐… 후임 임명 늦어 당분간 ‘4인체제’

이진성 헌법재판소장과 김이수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헌법재판관(입장 순서 앞부터)이 1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
 입장하고 있다. 이들은 2012년 9월 19일에 함께 취임해 6년의 임기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등 굵직한 사건을 처리했다. 뉴시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과 김이수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헌법재판관(입장 순서 앞부터)이 1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 입장하고 있다. 이들은 2012년 9월 19일에 함께 취임해 6년의 임기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등 굵직한 사건을 처리했다. 뉴시스
“(재판권을) 권력으로 생각하는 순간 삼가지 못하고 오만과 과욕을 부릴 수 있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은 1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작심한 듯 이렇게 말했다. 이 소장은 “헌법재판소가 헌법재판권을 가진 기관이지만 그것은 권력이나 권한일 수 없다. 재판다운 재판을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자 책임일 뿐이다”고 했다.

이 소장의 퇴임사를 두고 일각에선 사법기관인 법원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법원을 향해 ‘공직자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권력과 권한으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충고를 간접적으로 건넸다는 것이다.

이날 헌재에서는 이 소장을 포함해 김이수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헌법재판관 등 5명이 동시에 퇴임식을 가졌다. 2012년 9월 19일에 함께 취임해 같은 날 임기를 마친 이들은 6년의 임기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등 굵직한 사건들을 처리했다.

퇴임 재판관들은 헌재를 떠나면서 각자가 느낀 소회를 전하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특히 이 소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 의혹 등 사법부 독립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을 의식한 듯 헌재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이 소장은 “재판관들이 재판소 구성권자와 결별하겠다는 의지를 굳건하게 지님으로써 헌법재판의 독립은 확보되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의 독립성에 대한 반석 같은 신념을 더욱 강고하게 가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이수 재판관은 “진보정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고뇌의 시간을 보냈고, 대통령 탄핵 사건의 변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팽팽한 긴장의 시간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김창종 재판관은 “앞으로 날로 증가하는 사건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에 관해서도 진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고, 안창호 재판관은 “법문화와 사회적 담론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결정은 법질서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는 공허한 논리일 뿐”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강일원 재판관은 “헌재의 노력으로 앞으로 30년 후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민주주의 국가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후임 재판관 임명이 늦어지면서 당분간 재판관 9명 가운데 5자리가 비게 되어 ‘4인 재판관 체제’를 유지하게 된다. 재판관 5명 이상이 참여해야 하는 재판관회의도 열 수 없는 재판관 공백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국회는 20일 본회의를 열어 유남석 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김기영 이영진 이종석 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을 표결할 예정이지만 처리 여부가 불분명한 상태다.

김윤수 기자 ys@donga.com
#이진성#퇴임식#사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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