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위원회 권한 강화, 규제혁신 걸림돌 될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4일 20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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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시민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추진 중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의 권한 강화와 독립기관 격상이 자칫 규제혁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4일 국회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한 빅데이터 규제완화의 필요성과 법규 개정방향’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자로 나선 이천표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는 “개인정보보호법에 근거해 개인정보 활용 노력을 제약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거세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재(再)식별 조치는 돈과 노력이 많이 들기 때문에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데이터 규제혁신 현장방문에서 ‘가명정보’(개인정보에서 이름, 주민번호 등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삭제한 것)를 당사자 동의 없이도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시민단체들은 이에 대해 “가명정보가 재식별 조치를 거쳐 오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 때문에 행정안전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에 흩어져 있는 개인정보 보호업무를 개보위로 이관하고, 개보위를 독립기관으로 격상시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개인정보에 대한 개념조차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시민단체 인사들이 개보위에 들어가 (정책을) 좌지우지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개보위가 개인정보보호에만 치우쳐 빅데이터 활용을 핵심으로 한 규제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빅데이터 규제완화를 위한 법규개정 방향’을 발표한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개보위가 각 부처의 업무를 이관 받으면 공정거래위원회 이상으로 거대한 규제기관이 탄생해 데이터 규제혁신에 적지 않은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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