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두번째 특사 카드… 南北-北美 실타래 동시에 풀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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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농밀한 회담 위한 대북특사”

정부가 9월에 열기로 한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고위급회담을 개최하는 대신 대북 특별사절단을 5일 평양에 보내기로 한 것은 결국 북-미 간 날 선 신경전 속에 장기화 양상을 보이는 비핵화 협상의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핵화 문제의 진전 없이는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하더라도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에 정부가 다시 남북을 통해 북-미를 이끄는 ‘선순환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 ‘북핵 특사단’, 文 친서 들고 김정은 만나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31일 브리핑에서 특사 파견 배경에 대해 “아무래도 중요한 시점에, 조금 더 남북이 긴밀하게 농도 있는 회담을 하기 위해서 특사가 평양에 가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남쪽과 북쪽 모두 여러 경로를 통해서 이 문제에 대해 협의를 해왔고, 이 시점에서는 특사 파견이 필요하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24일 방북을 돌연 취소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재개 가능성을 밝히며 북-미 간 이견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남북이 ‘특사 카드’를 통해 상황 변화를 노리는 것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특사단은 북한에 미국의 비핵화 관련 의견을 전달하고, 북한의 요구 사안을 다시 미국에 전달하는 ‘비핵화 메신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정부 소식통은 “단순히 남북 정상회담 논의를 한다기보다는 북-미 문제나 비핵화 문제도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관건은 특사단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수 있을지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7월 6일 세 번째로 평양을 찾아 1박까지 했지만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빈손 귀국’ 했다.

김 대변인은 ‘특사단이 누굴 만나느냐’는 질문에 “저희들이 내심 생각하는 바는 있는데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북한은 통상 최고 지도자의 면담 직전까지 그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한 북한 전문가는 “특사단이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 관리들만 만난다면 의제는 남북 정상회담 준비에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 中 양제츠 방한 가능성도

올해 정부는 ‘대북 특사 등 북한과 사전 접촉’→‘남북 정상회담’→‘북-미 대화 촉진’으로 이어지는 ‘중재자 패턴’을 반복해 왔다. 4·27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3월 5일 방북한 특사단이 김정은의 친서를 받아 워싱턴에 전달함으로써 북-미 정상회담을 일궈냈다. 6·12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출렁이던 5월 25일에는 김영철 부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이튿날 ‘깜짝 남북 정상회담’에 합의하며 결국 북-미 간 싱가포르 선언을 견인했다.

그러나 북-미 정상이 이미 한 차례 만났고, 이제 비핵화의 디테일 싸움에 돌입한 상황에서 중재 역할은 한층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앞선 상황보다 현재가 훨씬 엄중하다. (특사단이) 비핵화에 대해 진전된 결과를 가져오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특사가 다녀온 뒤에 그 결과물을 가지고 (미국과)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청와대도 특사단의 결과물을 예상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사단 파견을 기점으로 정체돼 있던 남북미중의 ‘비핵화 4자 시계’가 돌아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현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미가 다시 움직이게 된 만큼 양제츠(楊潔篪)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조만간 방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황인찬 hic@donga.com·한상준·이정은 기자
#남북 정상회담#고위급회담#대북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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