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위수령’ 폐지 절차 시작 …박근혜 탄핵 정국 때 뭔일이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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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7월 4일 15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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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25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17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2017년 2월 25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17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위수령(衛戍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국방부는 4일 군부 독재정권의 잔재인 위수령을 없애기 위해 폐지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위수령이 처음 제정된 지 약 68년 만이다. 국방부는 이날부터 오는 8월13일까지 위수령 폐지령안을 입법예고하고 국민에게 미리 알려 의견을 듣고자 폐지 이유를 공고한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위수령 폐지에 발 벗고 나선 배경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관련이 있다.
당시 군이 촛불집회 무력 진압을 논의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위수령이 논란에 휩싸인 게 계기가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올 초 국방부가 탄핵 정국인 작년 2월 한민구 당시 장관 지시로 위수령에 따른 군부대 출동 가능성 등을 검토했음을 보여주는 문건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국방부 조사결과, 문제의 문건은 작년 2월 국방부가 이철희 의원의 요구 자료에 대한 답변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위수령 개정이나 폐지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보고받은 한민구 전 장관은 남북간 대치 중인 안보 현실 등을 이유로 폐지보다는 신중한 검토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국방부는 최근 30년간 시행 사례가 없어 실효성이 낮다는 판단에 따라 폐지로 가닥을 잡았다.

위수령은 군부대가 일정 지역에 계속 주둔하면서 군부대의 질서와 시설에 대한 외부 침해를 막는 등 경비 활동을 위해 제정된 대통령령이다. 광복 후인 1950년 3월27일 군의 치안유지를 위해 만들어졌는데 1965년 4월 한일협정 체결에 대한 반발에서 일어난 학생운동 진압과정에서 그 해 8월 발동됐다.

위수령은 군부대가 경비를 위해 필요할 경우 주둔지 밖으로 출동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사정권 시절 군부대가 집회나 시위를 진압하는 근거 법령의 역할을 했다.

위수령은 1965년 8월 한일협정 비준안 국회통과 직후 서울 일대 병력 출동, 1971년 제7대 대통령 선거 부정 규탄시위와 1979년 부마항쟁 시위 진압 등 지금까지 세 차례 발동된 바 있다.

국방부는 원래 육군의 질서 및 군기유지, 군사 시설물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위수령이 최근 30년간 시행 사례가 없어 실효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또 병력 출동 규정 등이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함에도 상위 법률에 근거가 없어 위헌 소지가 많고 위수령 제정 목적은 다른 법률에 의해서도 대체가 가능하다고 본다.
위수령은 대통령령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별도의 의결 절차는 필요하지 않다. 관계부처 간 회의와 국무회의에서의 의결만 있으면 바로 폐지된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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