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이방카, 올림픽에만 집중”… 북핵이슈와 거리두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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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카 23일 방한]23일 靑상춘재 만찬… 폐회식 참석
文대통령 취임후 상춘재 만찬은 외국정상 중 트럼프가 유일
美 “선수단 격려… 탈북자 안만나”
펜스와 달리 대북행보 최소화할듯

백악관은 21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선임고문의 방한 일정을 공개하며 북핵 이슈와 거리 두기를 명확히 했다. 새해 들어 북-미 대화가 성사 직전까지 가는 등 남북 해빙 무드가 급박하게 흘러가고 있지만, 백악관은 속도 조절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방카 고문이 미국 선수단 격려와 한미동맹 재확인, 성공적인 올림픽을 축하하기 위해 23일 방한한다”고 밝혔다. 이방카 고문은 평창 올림픽 경기와 폐회식을 관전한 뒤 26일 귀국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방카 고문은 최소 두 차례 이상 만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이방카는 방한 첫날인 23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을 갖고, 25일 평창 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리는 폐회식에도 함께 참석한다. 문 대통령 취임 후 많은 외국 정상들이 청와대를 다녀갔지만 상춘재에서 문 대통령과 마주 앉은 외국 정상은 지난해 11월 방한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유일했다. 청와대가 이번에 이방카에게도 상춘재를 내주며 ‘최정상급’ 예우를 펼치는 것. 정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폐회식 전 추가로 평창을 찾을 가능성도 있어 이방카 고문과 더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 문제에 관심이 많은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이방카 고문이 별도 행사를 가질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개회식 참석차 방한했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네 차례 만났다.

앞서 방한했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탈북자 간담회, 천안함 방문 등 강경 대북 메시지를 보여준 것과 달리 이방카는 대북 관련 행보를 최소화할 듯하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방카가 방한 기간에 탈북자를 만날 가능성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도 “이방카는 방한 기간에 올림픽 행사 자체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방카의 이런 일정을 두고 외교가에서는 “평창 개막 전 펜스 미 부통령과 김여정 간의 접촉이 성사 직전 무산된 상황에서 백악관과 청와대 모두 신중히 접근하기로 뜻을 모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말하기를 기다린다”고 밝힌 상황에서 북한보다 먼저 대화를 위한 행보에 나설 필요도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북-미 대화를 거부한 건 북한이니, 대화 재개 행보도 북한이 먼저 보이라’는 것.

청와대 역시 “이번에는 북-미 간 별도 회동을 주선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방카와 김영철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 “두 사람이 만나는 것도 어색하지 않나. 두 사람이 만날 계획이나 기회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미 지난번 올림픽 개회식에서 (북-미 간) 만남을 시도했었고, 그 과정에서 상호 상황에 대해 인식을 했기 때문에 지금 당장 뭔가를 만들어낸다든지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북대화 국면은 이어가되, 무리해서 북-미 간 거리 좁히기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그 대신 펜스 부통령 방한 때보다 미국의 통상 압력이 한층 심해진 상황에서 문 대통령과 이방카 고문이 북핵 대신 통상 이슈를 더 비중 있게 다룰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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