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례적 ‘핵 완성’ 선전전… 태평양 수소탄 실험 이어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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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ICBM 도발]北 75일만의 도발 의도는

“용감히 쏘라”… 이번에도 친필 명령 북한 조선중앙TV는 29일 “김정은 동지께서 28일 새로 개발한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5형’ 시험발사를 단행할 데 대하여 친필명령하셨다”며 김정은이 서명하는 모습(왼쪽 사진)과 발사지시 
서명(오른쪽 사진)을 공개했다. 김정은은 ‘대륙간탄도로케트 화성-15형 시험발사 준비를 끝낸 정형보고’라는 제목의 군수공업부 
문건에 “시험발사 승인한다. 11월 29일 새벽에 단행! 당과 조국을 위하여 용감히 쏘라!”고 썼다. 조선중앙TV 캡처
“용감히 쏘라”… 이번에도 친필 명령 북한 조선중앙TV는 29일 “김정은 동지께서 28일 새로 개발한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5형’ 시험발사를 단행할 데 대하여 친필명령하셨다”며 김정은이 서명하는 모습(왼쪽 사진)과 발사지시 서명(오른쪽 사진)을 공개했다. 김정은은 ‘대륙간탄도로케트 화성-15형 시험발사 준비를 끝낸 정형보고’라는 제목의 군수공업부 문건에 “시험발사 승인한다. 11월 29일 새벽에 단행! 당과 조국을 위하여 용감히 쏘라!”고 썼다. 조선중앙TV 캡처
29일 오전 3시 17분 북한이 ‘화성-15형’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평안남도 평성 현장에선 김정은이 시종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전날 밤 현장에 도착한 김정은은 먼저 자체 개발했다는 ‘9축자행발사대차(TEL·이동식 발사대)’를 보고 “앞으로 마음먹은 대로 대차를 꽝꽝 생산할 수 있게 됐다”며 만족을 표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김정은은 또 발사 후 ‘만족에 대만족’이라며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켓강국 위업이 실현된 뜻깊은 날”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김정은이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전배치를 위해 9월 공언한 대로 태평양 상공에서의 수소탄 실험 감행 등 ‘최후의 도발’에 나설지 우려하고 있다.

○ 김정은이 핵 완성 선언한 배경은?

북한은 앞서 ‘정부 성명’에서도 ‘국가 핵무력 완성’을 주장했다. 북한의 정부 성명은 1990년대 이후 이번이 여덟 번째다. 북한이 공개적으로 ‘핵무력 완성’을 주장한 건 이례적이다. 북한은 7월 화성-14형 발사 다음 날 정부 성명에선 주로 미국을 겨냥해 원색적인 경고를 날리는 데 집중했다. 9월 김정은은 김일성 이후 처음으로 북한 최고지도자 이름으로 성명을 냈다. 이때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두고 ‘늙다리 미치광이’라며 비난했지만 스스로 ‘핵무력 완성’을 주장하진 않았다.

김정은이 ‘핵무력 완성’이라고 주장한 것은 75일 만에 내놓은 이번 도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김정은의 시험 발사 참관에 장창하 국방과학원장, 전일호 군 중장, 조용원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유진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 등이 수행했다며 ‘공로자’들 이름을 적시한 것도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가운데 장창하와 전일호는 7월 화성-14형 발사 이후 김정은의 양옆 자리를 차지해 ‘미사일 4인방’으로 불린 핵심들이다.

동시에 핵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등 ICBM 실전 배치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아직 확실히 얻지 못한 상황에서 일단 ‘지르고 보자’식으로 ‘핵 무력 완성’을 주장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이 75일 동안이나 도발을 멈췄던 건 안 한 게 아니라 이전과 다른, 미국의 관심을 끌 기술 개발을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이 미국에 북-미 협상을 촉구하는 시그널을 보냈다는 해석도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주장한 건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에 ‘이제 협상할 준비가 됐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태평양 수소탄 실험할까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1번째다. 김정은이 다시 도발에 나서면서 태평양 수소탄 실험에 나설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태평양과 같은 대양(大洋) 상공에 핵미사일을 쏴 터뜨리면 방사능 피해는 줄이며 위력은 최대치로 보여줄 수 있어 전시효과가 극대화된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9월 유엔 총회 기간에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상에서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단 가능성은 낮게 봤다. 시험 실패 시 방사능이 퍼지면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의 엄청난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태평양 수소탄 실험과 괌 포위사격, 하와이 인근으로 ICBM 발사 등은 미국의 선제타격까지 부를 만한 위험한 옵션”이라고 말했다.

아무튼 북한은 이번 도발을 시작으로 한국 정부의 주요 이벤트마다 훼방을 놓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무엇보다 다음 달 한중 정상회담 전후가 고비다. 북한이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유력한 추가 도발 시점으로 보고 있다는 징후도 발견되고 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북한#북핵#도발#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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