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풍계리 핵실험 가능 상태… 9·9절 미사일 도발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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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 보고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28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참석해 답변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국정원은 이날 회의에서 “북한이 26일 쏜 단거리발사체가 단거리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28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참석해 답변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국정원은 이날 회의에서 “북한이 26일 쏜 단거리발사체가 단거리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했다. 국회사진기자단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언제든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공개 활동 횟수가 급격해 줄어든 것은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정황으로 보인다고 28일 국가정보원이 밝혔다.

서훈 국정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상황 등을 이같이 보고했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 의원들이 전했다. 서 원장의 국회 공식보고는 7월 11일 이후 처음이다. 그사이 북한은 지난달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달 26일에도 남측을 겨냥한 세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무력시위를 계속해 왔다.

○ “9월 9일 미사일 발사 가능성”

국정원은 이날 정보위에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2, 3번 갱도에서 실험 가능 상태가 유지되고 있고, 지난해 굴착공사를 중단했던 4번 갱도에서도 올해 4월부터 공사 재개를 위한 준비 동향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김정은의 결단이 있으면 단기간의 준비로 언제든지 핵실험을 할 수 있도록 갱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한 정보위 의원이 전했다.

향후 도발 가능성에 대해 국정원은 북한이 한국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의 잔여기간이나 북한의 정권수립일인 9월 9일 등을 계기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UFG와 관련해 북한은 8월 21일부터 9월 1일까지 특별경계근무 1호로 전환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화성-12, 14형과 관련된 미사일 개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포착됐다.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서 7월 말부터 ‘고래급’ 잠수함 점검 활동이 계속 이어지고 있고, 탄도미사일 관련 시설에서도 활발한 차량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ICBM 개발 완성의 잣대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에 대해선 국정원은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22일 김 위원장이 북한의 화학재료연구소 방문 시 공개한 사진을 토대로 미사일을 분석한 결과 재진입체 끝부분의 제작 공정 사진에서 첨두부 모양이 뭉뚝했다는 게 국정원의 설명이다. 최신 기술이 반영된 미사일은 첨두부가 뾰족한 모양이라고 한다.

○ “방사포 판단 ‘오판’으로 볼 순 없어”

북한이 26일 발사한 3발의 발사체에 대해선 “방사포라기보다는 단거리탄도미사일로 보고 있으며 상세 제원은 파악 중”이라고 보고하면서 “첫 번째, 세 번째 발사체는 250km 정도 비행했지만 두 번째 발사체는 실패했다”라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당초 정부가 ‘방사포 발사’로 판단했다가 ‘탄도미사일’로 정정한 것이 오판한 것이 아니냐”는 의원들에 질의에 국정원은 “한미 공조를 통해 정확한 정보를 도출해 판단하는 과정이지 오판이라곤 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는 탄도미사일인지 아닌지에 대한 정확도는 떨어졌지만 1, 3번 발사체의 성공과 2번 발사체의 실패는 정확히 맞힌 반면 미국은 성공 여부에 대한 정확도는 떨어졌지만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이라는 점은 맞혔다는 것이다. 서 원장은 “이런 정보를 종합 분석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건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했다고 한 참석자가 밝혔다.

○ 김정은 공개 활동 절반으로 줄어

김정은의 활동에 대해 국정원은 “7, 8월 두 달간 총 14번의 공개 활동이 있었는데 이는 예년 동기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미사일 관련 활동에 집중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7월 4일과 28일 두 차례 화성-14형 미사일 발사 전 외부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고 이 기간에 도발을 준비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25일 원산 일대 해변에서 실시된 육해공 3군 합동훈련을 참관했는데, 이는 “한국과 미국에 대한 강경 입장을 표출하는 한편 강력한 군사지도자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라고 국정원은 판단했다. 김정은이 이처럼 미사일 개발 행보에 집중하는 것은 미국과의 관계를 원하는 방향으로 정립하기 위한 의도라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8월 6일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2371호 채택 이후 북한 상황의 변화도 주요 보고 대상이었다. 대북제재 강화에 따른 주민 피로감이 커지면서 보위성이 불만자를 색출하고 평양시내에서 전과자와 무직자의 추방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교적 고립은 갈수록 심화돼 “프랑스, 불가리아, 페루, 멕시코가 북한 공관원을 감축하거나 추방했고,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친북 성향 국가조차 김정남 암살 이후 북한과의 인사 교류를 거부하고 있다”고 국정원은 전했다.

최우열 dnsp@donga.com·송찬욱 기자
#북한#미사일#핵실험#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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