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조치 풀리나 했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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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철회 거부에 장기화 우려
롯데 상반기 손실액 5000억 넘어, 면세점 적자위기… 車 판매 반토막
“11월 공산당대회 이후 변화 기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장기화에 대한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처음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문제 해결의 출구는커녕 간극만 공식 확인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우회적으로 사드 보복 철회를 요청했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한국이 장애를 제거해야 한다”며 사드 배치 철회가 우선임을 강조했다. 경제를 외교 문제의 볼모로 삼고 있다는 점을 공공연히 드러낸 셈이다.

사드 부지 제공의 당사자로 지목돼 상반기(1∼6월)에만 5000억 원 이상 손실을 입은 롯데그룹은 보복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올해 4월부터 지금까지 중국 롯데마트 99개 매장 중 87개 점포가 영업이 정지된 상태 그대로다. 경영 정상화를 간절히 바라지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중국 현지 사업의 구조조정을 고민 중이다.

면세점 업계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손실을 견디다 못해 특허권을 반납한 사례가 나올 정도로 업계가 어렵다. 잘나가던 롯데면세점마저 올해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의 위기감은 한층 커졌다. 당장 심각한 판매 부진에 이어 중국 진출 17년 동안 구축한 딜러망 1800여 개가 붕괴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현대·기아자동차의 6월 중국 판매량은 5만2000여 대로 전년 동기 대비 63% 줄었다. 상반기(1∼6월)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7%가량 감소했다. 피해액으로 치면 5조 원이 넘는다. 현대·기아차 측은 “현대·기아차가 고전하면서 함께 중국에 진출한 510개가 넘는 한국 부품업체들까지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 내 합작사도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상황을 수습할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무대에서는 ‘자유무역의 수호자’임을 자처하고 뒤에서는 대국답지 않게 경제 보복을 서슴지 않는 시 주석의 모순적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자유무역을 수호하겠다지만 중국은 철저히 중국식 자본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경제와 외교안보가 분리돼 있지 않아 외교 문제를 경제로 보복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모멘텀이 없으면 해결이 불가능하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도 큰 기대는 안 했다. 당분간은 중국 대내 메시지도 중요할 테니 시진핑 2기 체제가 출범할 11월 공산당대회 이후에 변화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정세진·김재희 기자
#사드#문재인 정부#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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