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동결 검증 어떻게… 모호한 남북대화 재개 조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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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표현 미묘한 변화… 靑 “핵동결, IAEA 사찰개념 포함”
일각 “北-美 동시에 설득 위해, 다양한 조건 제시하는 전략”

문재인 대통령이 20, 21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조건으로 제시한 것은 핵 동결(nuclear freeze)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 동결→남북 간 대화→북한의 비핵화로 이어지는 그림을 머릿속에서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대화의 조건이 미묘하게 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15일 열린 6·15남북공동선언 기념식에선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 시절이던 4월 27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선 “북한이 핵 동결을 하고 충분히 검증된다면 한미 간 군사훈련을 조정하고 축소한다든가 상응하는 조치들을 취할 수 있다”고 했다. ‘핵·미사일 추가 도발 중단’ ‘핵 동결’과 ‘핵 동결과 충분한 검증’ 등이 대화와 협상의 조건으로 제시된 셈이다.

원칙적으로 ‘핵 동결과 충분한 검증’은 영변원자로 등의 핵 활동 중단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의 검증 절차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핵 동결’과는 차이가 있다. 다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한 핵 동결은 충분한 검증까지 포함한 개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핵·미사일 추가 도발 중단’은 핵 동결과는 개념이 다르다. 단순히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중단하는 조치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보다 포괄적인 표현이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가 미국 및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 ‘전략적 모호성’을 보이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대 압박과 관여’를 대북정책 기조로 하고 있는 미국 내에서는 대화를 의미하는 ‘관여’의 조건으로 검증 가능한 핵 동결이 거론된다. 북한이 모든 핵 활동을 공개하고 IAEA의 불시 사찰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쌍궤병행(雙軌竝行·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 병행)’ 제안을 거절한 북한이 당장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결국 청와대가 미국과 북한을 동시에 설득하기 위해 다양한 조건과 반대급부를 제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북핵#문재인 대통령#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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