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법 불신’ 지적한 대법원장, 자업자득 아닌지 돌아보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5일 00시 00분


코멘트
양승태 대법원장이 어제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재판에 대해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는 우려스러운 일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정치권과 사회 일각을 비판했다. 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지지자들로부터 “새파란 40대 판사 손에 나라가 망했다”는 비난이 나오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국민의당에서 “재벌에 무릎 꿇은 사법부”라는 공식 논평을 낸 것 등을 겨냥한 지적이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를 흔드는 움직임에 양 대법원장이 우려를 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격동의 현대사에서 영욕을 겪은 사법부와 재판의 독립에 대한 불신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하기는 어렵다. 최근에는 사법개혁 설문조사를 추진한 학술행사에 법원행정처가 외압을 행사한 의혹과 관련해 진상조사까지 하는 등 사법부가 내홍을 겪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부인하지만 개혁 목소리를 누르려 했을 개연성도 있다. 진상을 가려내 책임자는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새 정권이 출범하면 내년까지 대법원장·대법관을 9명(2월 퇴임한 이상훈 전 대법관 포함) 교체 임명하는 사법권력 대이동이 벌어지게 된다. 최근 내홍은 이와 무관치 않다는 말도 나온다. 법관들이 헤게모니 다툼이나 벌인다면 심각한 문제다. 사법부와 재판 권위는 국민 승복에서 얻어진다. 양 대법원장이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한 사회의 종말이 시작되는 징표”라고 한 말을 사법부 내부에서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2011년 9월 취임한 양 대법원장의 임기는 얼마 남지 않았다. 재임 중 사법부는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인사제도 개혁은 미흡했다. 검찰이 흔들리는 마당에 사법부마저 동요한다면 국민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양승태 대법원장#법치주의#헤게모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