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차관 “北, 악성 사이버 활동으로 WMD 개발비 마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4일 21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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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외교부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공동으로 서울에서 개최한 유럽·아시아 사이버안보회의에서 안총기 외교부 제2차관은 “북한은 강화된 국제 제재를 우회해 WMD(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위한 외화 획득의 수단으로 악성 사이버 활동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4일 외교부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공동으로 서울에서 개최한 유럽·아시아 사이버안보회의에서 안총기 외교부 제2차관은 “북한은 강화된 국제 제재를 우회해 WMD(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위한 외화 획득의 수단으로 악성 사이버 활동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핵개발 제재로 자금줄이 막힌 북한이 악성 사이버 활동으로 외화 벌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제사회가 금융시스템을 차단함에 따라 북한이 세계 주요 금융기관들을 해킹해 빼낸 돈으로 핵개발 비용에 조달하려 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러시아 사이버 보안회사 카스퍼스키는 3일 카리브해 섬 생마르탱에서 열린 안보콘퍼런스에서 지난해 2월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계좌를 해킹해 9억5100만 달러(약 1조631억 원)를 훔치려 했던 해킹그룹 ‘래저러스(Lazarus)’가 북한과 연계된 증거를 찾았음을 밝혔다고 CNN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카스퍼스키는 래저러스 해커들이 이용한 유럽 서버가 지난해 1월 북한 인터넷 주소를 가진 컴퓨터와 데이터를 교환한 기록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래저러스 해커들이 컴퓨터 로그파일을 삭제하지 않아 서버가 북한에 있는 다른 컴퓨터와 연결됐던 기록이 남았다는 것이다. 이 해커들은 자신의 위치를 감추려고 한국, 대만 등의 서버를 이용해 방글라데시와 인도, 대만, 이라크, 나이지리아, 폴란드, 우루과이, 가봉, 코스타리카 등 18개국 금융기관에 공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실제로 돈을 빼가는 데는 실패를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사이버 공격을 통해 얻은 자금으로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쓰려 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 FDD의 앤소니 루지에로 수석 연구원은 “이는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위한 것”이라며 “더 많은 탄도 미사일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데에는 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사이버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외교부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공동으로 4일부터 이틀간 ‘유럽·아시아 사이버 안보 회의’를 개최한다. 안총기 2차관은 이날 개회사에서 “북한은 핵·미사일 및 화학 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 (Weapons of Mass Destruction)’와 더불어 ‘대량교란무기(Weapons of Mass Disruption)’로서 사이버 능력을 발전시키고 있다”며 “국제사회는 북한의 사이버 위협과 제재 회피 시도 대응에 있어 단합된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적극적인 조치와 대응을 촉구했다. 오스트라우스카이테 OSCE 초국경위협국장도 “북한은 다른 국가의 사이버 취약점을 악용한 전력이 있다(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has a track record of trying to exploit ICT vulnerabilities of other countries)”며 힘을 실었다.

올해 1월 러시아 사이버 보안업체 제쿠리언(Zecurion Analytics)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세계 8위의 사이버전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2014년 한국수력원자력 등 한국의 정부나 기관, 언론사,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을 지속적으로 감행해 왔고, 같은 해 소니사 해킹 사건을 통해 국제사회 전반에 위협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이 강화된 국제 제재를 우회해 WMD 개발을 위한 외화벌이 도구로 사이버 위협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 해외 IT 노동자들이 북한의 WMD 프로그램 재원을 조달하는 데 동원되는 현실을 제재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 중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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