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모호’ 과거와 달라진 北의 미사일 보도행태…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9일 14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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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방한 다음날인 18일 평북 철산의 서해위성발사장을 찾아 로켓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참관했다.

북한 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새 형의 대 출력 발동기 제작 정형(상황)을 보고받으시고 이른 새벽 몸소 서해위성발사장에 나오시여 발동기의 기술적 특성과 지상분출시험 준비실태를 세심히 료해(이해)하시고 시험을 지도하시였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시험 결과에 크게 만족해 “로케트공업의 새로운 탄생을 선포한 역사적 의의를 가지는 대 사변”이라고 한데 이어 “로케트공업발전에서 대 비약을 이룩한 ‘3·18혁명’이라고도 칭할 수 있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극찬했다고 북한 언론이 보도했다.

이날 북한 언론 보도는 지난해 미사일 엔진 보도 행태와는 달리 애매모호하게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과거 미사일 실험이나 핵실험 등에서 놀랄 만큼 상세하고도 친절하게 제원을 설명하고 능력을 과장했는데 이번 엔진 실험 보도는 ‘3·18혁명’ ‘대 사변’이란 호들갑과는 달리 실제 정보 제공은 많이 생략해 모호하면서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게 만들었다.

지난해 3월 첫 미사일 엔진 실험을 했던 북한은 이를 고체엔진 실험이라고 친절하게 밝혔다. 또 지난해 4월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대 출력 발동기 실험을 했다고 설명했고, 9월에는 ‘새 형의 정지위성운반로케트용 대출력 발동기’라고 주장하며 출력 80tf에 연소시간이 200초라는 것까지 밝혔다.

하지만 이번 보도는 “지난 시기의 발동기들보다 비추진력이 높은 대출력발동기를 완전히 우리 식으로 새롭게 연구제작하고 첫 시험에서 단번에 성공함으로써 국방공업건설사에 특기할 또 하나의 사변적인 기적을 창조했다”고 하면서도 제원을 밝히지 않았다. 액체 로켓인지 고체로켓인지도 불분명하다.

실험 결과에 대해서도 “새 형의 대 출력 발동기의 시동 및 차단 특성, 발동기동작 전 과정에서 연소실의 추진력특성과 타빈뽐프장치, 조절계통들을 비롯한 모든 계통들의 기술적 지표들이 예정 값에 정확히 도달하여 안정하게 유지되였으며 구조적 믿음성도 충분히 보장된다는 것이 확증됐다”고만 보도했다.

새로 제작한 엔진이 어디에 쓸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북한은 이번 보도에서 “새 형의 대출력 발동기가 개발 완성됨으로써 우주개발분야에서도 세계적수준의 위성운반능력과 당당히 어깨를 겨룰 수 있는 과학기술적토대가 더욱 튼튼히 마련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북한 중앙통신은 또 다른 대목에선 “우리 식의 전략무기개발사업, 자위적 국방력, 국방공업건설사에 특기할 또 하나의 사변적인 기적”이라는 표현과 함께 “세상에 둘도 없는 우리 식의 주체무기들을 더 많이 개발 완성”이라고 언급해 대륙간 탄도미사일 엔진임을 시사했다. 위성운반로켓이든 대륙간탄도미사일이든 엔진기술이 공유된다는 점에서 보면 북한의 보도가 부정확한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틸러슨 국무장관의 한중일 방문 시기에 과거처럼 장황한 설명과 자랑을 생략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크게 의식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아직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이 공식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무리한 미사일 엔진 자랑을 통해 미국의 분노를 더 키우고 싶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북한이 트럼프의 미국을 상대함에 있어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시절에 즐겨 쓰던 ‘과시성 눈길 끌기’ 전략을 버리고 2000년대 초반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에 쓰던 ‘전략적 모호성’ 전략으로 다시 회귀한 것은 아닌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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