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야당 맞다” “보수층 등돌릴라” 신당의 길 딜레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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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4당체제]새누리와 차별화-집토끼 잡기 부심

 
정강-정책 어떻게… 보수신당 토론회 ‘개혁보수신당’(가칭) 의원들이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정강정책 토론회에서 발언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김무성 이진복 김영우 강길부 유승민 의원.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정강-정책 어떻게… 보수신당 토론회 ‘개혁보수신당’(가칭) 의원들이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정강정책 토론회에서 발언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김무성 이진복 김영우 강길부 유승민 의원.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새누리당 탈당파로 이뤄진 ‘개혁보수신당’(가칭)이 새누리당과의 차별화 방안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박근혜 정부와 친박(친박근혜)계에 확실한 선을 그으면서도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인 ‘집토끼’를 잡아야 하는 딜레마 때문이다.

 보수신당의 고민은 28일 당의 뼈대인 정강·정책을 만들기 위한 토론회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정병국 창당추진위원장은 “더 이상 새누리당으로는 보수를 대변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새누리당의 정강·정책 방향이 근본적으로 잘못돼 그걸 달리하자는 게 아니다”라며 “실천하지 않는 결과가 오늘날의 새누리당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토론회에선 “우리가 새누리당을 나왔다고 자기 부정을 하면 되겠느냐”, “그러면 당을 왜 떠났느냐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는 의견이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위원장은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신당이 추구하는 경제에 대해 ‘좌클릭’이라는 용어를 쓰지 말아 달라. 기존 보수층이 반감을 가질 수 있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보수신당은 새누리당과의 차별화를 위해 엄연한 야당임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라디오에서 “우리가 여당을 하다 나오다 보니 헷갈려 하는 것 같은데 우리도 야당이 맞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새누리당의 적폐를 고치겠다고 나왔기 때문에 당연히 우리가 보수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보수 적자(嫡子)’임을 강조했다.

 보수신당은 내년 대선 국면에서 외연 확대를 염두에 두고 ‘열린 정강 정책’을 만들기로 했다. 한 의원은 토론회에서 “정강 정책이 결국 당의 대선 공약으로 연결될 텐데 너무 구체적으로 적시하면 대선 주자가 펼칠 ‘룸(room·여지)’이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다른 의원도 “구체적인 현안에 대한 입장을 담으면 당의 문을 좁힐 수 있다”고 했다.

 보수신당이 현재로선 의원 30명의 ‘미니 정당’이다 보니 생소한 풍경도 있었다고 한다. 이날 원탁에 둘러앉아 토론한 의원들은 저마다의 정책 구상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무성 의원은 사교육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농촌 지역 의원은 “조류인플루엔자(AI)로 축산 농가 피해가 큰데 각론에 농업 분야도 넣자”고 제안했다. 한 참석자는 “지금은 의원 수가 30명이니 그나마 제안을 다 담을 수 있는데 앞으로 의원 수가 더 늘어나면 감당이 안 되겠다”고도 했다. 보수신당의 첫 행보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함께 아침을 먹는 자리에서 한 의원이 “30명이면 딱 학교의 한 반 사이즈다. 얘기하기도, 공부하기도 좋다”고 농반진반(弄半眞半)으로 말하자 동의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신당은 내년 1월 24일 정식 창당을 위한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당명과 로고, 색깔 등에 대한 국민 공모도 할 예정이다. 정 위원장은 정당 색깔과 관련해 “이제 핑크색만 남았다더라”며 “단색은 고정관념이다. 여러 색을 조합해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보수신당#야당#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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