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각 퇴진”으로 구호 바꾼 촛불… 사상최대 주말집회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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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세 차례에 걸쳐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지만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의 강도는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세 번째 담화를 발표한 다음 날인 30일에도 “약간의 기대마저 철저히 저버린 내용이었다”는 반응이 더욱 거세졌다. 회사원 박모 씨(30·여)는 “담화 초반 자신의 18년 정치경력을 언급해 (하야 발표를) 기대했지만 결국 변명에 그쳤다. 대통령은 진정 촛불의 민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비롯한 온라인에서도 누리꾼들은 대통령 담화문을 “국민에게 보내는 광화문 (촛불집회) 초대장 낭독”이라며 비아냥거렸다.

 이날 각 사회단체가 ‘불복종 운동’에 나섰고 대학생들은 동맹휴업을 이어가며 대통령 즉각 퇴진 목소리를 높였다. 주말 촛불집회를 이끄는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대통령 담화 후 “사상 최대의 국민이 집결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퇴진행동의 말대로라면 3일 열리는 6차 촛불집회는 5차 때의 전국 190만 명(주최 측 추산)을 넘어서는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주최 측은 6차 촛불집회의 구호를 ‘박근혜 즉각 퇴진’으로 바꿨다.

 박 대통령의 담화가 연거푸 촛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돼 ‘비폭력 저항’을 내걸었던 민심도 6차 집회에서 어떤 식으로 타오를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30일 집회에서 일부 시민단체가 다소 과격한 모습을 보여 지금까지 이어온 ‘평화 집회’가 계속될지 주목된다.

 시민사회단체연합회는 이날 청와대 앞 100m 거리인 효자동 삼거리 분수대까지 행진할 계획이었지만 경찰이 제동을 걸고 법원도 오후 8시까지 청와대에서 200m 떨어진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만 행진을 허용해 무산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8시 이후에도 주민센터까지 진출하려 하며 경찰 차벽을 힘으로 밀어붙였다. 법원이 이날 늦게 청와대 200m 앞 행진 시간을 오후 10시 30분까지 허용하면서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는 풀렸지만 자칫 불상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

 앞서 민노총은 이날 22만 명 규모(주최 측 추산)로 1995년 창립 이래 첫 ‘정권 퇴진 총파업’을 했다. 대학생과 노점상도 동맹휴업, 자체 휴무로 이에 동조했다. 이날 오후 3시 서울광장에서 주최 측 추산 민노총 조합원 2만여 명(경찰 추산 8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총파업대회에서는 대통령 퇴진과 한상균 위원장 석방,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노동개혁 정책 폐기 등의 요구가 이어졌다. 고용노동부는 민노총 총파업에 46개 사업장에서 6만8350명만 참여한 것으로 발표했다.

 전국노점상총연합 소속 노점상 1500여 명도 ‘철시 투쟁’을 벌이며 동참했다. 각지에서 불복종 운동을 이어간 각 단체는 주최 측 추산 3만여 명(경찰 추산 8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오후 6시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 불복종 촛불문화제를 열고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행진한 뒤 오후 9시 30분경 해산했다.

 서울대 학생 700여 명은 이날 동맹휴업을 하고 지하철 서울대입구역까지 행진을 벌였다. 서울대생의 동맹휴업은 2011년 법인화 반대 휴업 후 처음이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유성열·차길호 기자
#탄핵#퇴진#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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