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탄핵 앞세워 ‘대통령 임기 협상’ 거부하는 野 오만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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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3당 대표가 어제 “국회가 대통령 임기 단축을 결정해 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하고 여야 간 협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주재한 회동에서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대통령 퇴진 협상을 시작하자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하면서 탄핵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아무리 야당이 정국 주도권을 쥐고 있다곤 하나 국가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의 진퇴를 논의하는 협상조차 거부하는 것은 정치 포기나 다름없다.



 박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과 관련해 ‘주변 관리를 못한 것만 내 잘못’이라는 방어선을 쳐놓고 진퇴 결정을 국회에 떠넘긴 데 대해 다수 국민이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탄핵소추안의 국회 표결을 앞두고 대통령 퇴진 일정 협상에 나설 경우 탄핵의 동력이 떨어진다는 야당의 우려도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탄핵안 표결을 2일 하든 9일 하든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의 도움 없이는 야권 단독으로 가결이 불가능하다. 야당의 협상 거부가 비박계의 탄핵 동참을 기피하게 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 ‘9일 탄핵안 표결’을 목표로 잡더라도 여당과의 협상을 외면할 일은 아니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즉시 박 대통령의 권한은 정지되고 황교안 총리의 대통령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결정을 내리더라도 이후 대통령선거를 치르기까지 긴 시간 동안 황 총리보다는 야당이 추천하는 책임총리가 나라를 이끄는 것이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좋을 것이다. 탄핵에 앞서 책임총리를 세우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여야 협상은 필요하다.

 당초 ‘질서 있는 퇴진’은 문재인, 안철수 전 대표를 비롯해 야당에서 먼저 거론했던 것이다. 야당은 애초 헌법적 질서인 탄핵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랬던 야당이 지난달 8일 박 대통령의 국회 추천 총리 제의도 무시하고 탄핵으로 돌아서더니 이젠 조기 퇴진 일정을 정해 달라는 제의마저도 걷어차고 있다. 이렇게 야당이 오락가락해서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 이러다가 대통령 탄핵이 국회 또는 헌재에서 불발되면 어쩔 것인가. 탄핵은 탄핵대로 진행하면서 예측 가능한 조기 퇴진 일정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이 “탄핵을 준비해놨는데 야당으로서는 시쳇말로 약이 좀 오를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퇴진 의사를 밝힌 만큼 더 이상 탄핵을 추진해선 안 된다는 논리를 편 것은 친박(친박근혜)계의 속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새누리당은 야당과 대통령 퇴진 협상을 하더라도 탄핵 철회와 결부시킬 생각은 아예 말아야 한다. ‘탄핵 시계’가 작동을 시작했고 박 대통령이 조기 퇴진 의사까지 밝힌 마당에 친박계가 할 일은 새누리당의 수술과 여야 간 협상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다.
#박근혜#대통령 탄핵#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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