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제균]고건 전 대통령권한대행의 ‘국정은 소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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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친구, 즉 이 두 형제의 아버지 되는 사람은…단연코 아우 되는 건이를 사랑한다. 어떤 때는 곁에 있는 사람이 아주 딱하도록 편벽되게 건이를 사랑한다.” 중학교 시절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수필가 이양하 선생의 ‘경이와 건이’를 다시 읽었다. ‘건이’가 고건 전 국무총리(78)라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아버지인 철학자 고(故) 고형곤 전 전북대 총장이 고 전 총리를 편애했다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둘째 형 ‘경이’, 즉 고경 씨는 일찍 세상을 떠났다.

 ▷고 전 총리는 지금도 두주불사(斗酒不辭)다. 1961년 고시에 합격한 그에게 아버지가 주었다는 3계명이 “남의 돈 받지 마라” “줄 서지 마라” “술 잘 마신다는 소문나지 않게 하라”다. ‘술 마시지 마라’가 아니고, ‘소문나지 않게 하라’인 걸 보면 부친도 주량을 알았던 모양이다. 애주가였지만 박정희 정권 때 37세 전남도지사를 필두로 이명박 정권의 사회통합위원장까지 7개 정권에서 세 번의 장관과 두 번의 서울시장(관선·민선), 두 번의 국무총리를 역임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공직 생활의 하이라이트는 노무현 정권의 대통령권한대행(2004년 3월 12일∼5월 14일). 사실상 대통령 부재 상황에서 너무나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했다. 영국 BBC방송이 ‘미스터 안정(Mr. stability)’으로 표현했을 정도다. 2006년 지지율이 30%를 넘자 그는 이듬해 대통령 선거를 준비했다. 노 대통령은 ‘고건 총리 기용은 실패한 인사’라고 폄훼했고, 결국 중도 하차했다. 관료 출신의 한계였다. “좋은 대통령감이지만 좋은 대통령 후보는 아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 초기 ‘국정은 소통이더라’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출간했다. “소통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귀로 하는 것”이라는 그의 공직관을 박 대통령이 새겨들었더라면…. 야당 뜻대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내달 초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권한대행이 된다. 황 총리는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탄핵안 통과 즉시 고건 전 권한대행의 경험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박제균 논설위원 phark@donga.com
#고건#노무현#대통령권한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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