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檢수사 직전 차명폰-대리인 통해 차은택 등 접촉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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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는 차은택씨, 안종범은 재단쪽… 역할 분담해 핵심인물 전방위 접근 … 사전 말맞추기-증거인멸 의혹”

 청와대 인사들이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수사가 본격화하기 직전에 대리인을 내세우거나 차명(借名) 휴대전화를 사용해 중국에 있던 차은택 씨(47·구속) 등 의혹 핵심 인물들을 전방위로 접촉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청와대 참모들이 이를 통해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거나 짜 맞췄다면 증거인멸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정치권과 사정당국에 따르면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실과 정책조정수석비서관실 등은 검찰의 압수수색 및 국정감사가 이뤄지기 직전인 10월 초를 전후해 사건 핵심 관계자들을 접촉했고, 실제 각종 자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접촉이 조직적으로 이뤄진 정황도 드러났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김성우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56)이 차 씨 등을 맡았고,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7)은 경제계나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사람들을 맡는 등 역할을 분담했다”고 말했다.

 차 씨는 대리인 김모 씨 등을 거쳐 각종 자료와 자신의 입장을 담은 문건 등을 김 전 수석에게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 전 수석이 차명 휴대전화를 이용해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을 접촉하려 한 증거도 이미 검찰이 확보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수석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최순실 씨와 관련한 의혹이 커지고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의견을 밝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 끝에 한 일”이라며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과 친했기 때문에 (나는) 차 씨에 대해 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증거인멸 의도 등은 부인했다.

 그러나 그의 설명대로 대통령의 대응 자료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면 청와대 인사들이 차명 휴대전화를 쓰거나 여러 단계의 대리인을 활용한 행위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또 민정수석실이 아니라 홍보수석실, 정책조정수석실에서 움직여 전·현직 공무원들의 비위 사실을 파악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안 전 수석은 사건의 핵심 당사자이기도 했다.

 청와대와 최 씨 측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전·현직 관계자에게 은밀하게 접촉을 시도한 정황도 확인됐다. 한 재단 관계자는 “최 씨가 검찰에 출석하기 직전 그의 대리인이 ‘변호사를 선임해주겠다’고 제안했다”며 “결국 재단 관계자들이 검찰에 불리한 진술을 하지 못하도록 회유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홍보수석실이 차 씨와 접촉한 것을 두고 “김 전 수석의 청와대 입성에 차 씨와 얽힌 인맥이 영향을 주지 않았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 전 수석은 차 씨의 외삼촌인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의 대일고 2년 선배다. 송 전 원장도 역시 대일고 출신이다. 이에 대해 김 전 수석은 “차 씨는 공직에 들어간 뒤 처음 봤고, 김상률 전 수석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처음 만났다”고 전면 부인했다.

 이와 별도로 검찰은 이날 최 씨와 안 전 수석 등을 기소하며 이들에게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적용했다. 안 전 수석은 10월 중순 검찰 조사를 앞두고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에게 전화해 “미르·K스포츠재단과 무관하다는 취지로 진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자신의 보좌관을 통해서는 김필승 K스포츠재단 이사에게 휴대전화 폐기, e메일 삭제를 지시하고 대응 문건도 건넨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정지영 jjy2011@donga.com·박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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