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시선/김진현]지금 위기를 기회로 맞기 위해 힘을 모으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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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현 국가전략포럼 회장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김진현 국가전략포럼 회장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대통령과 정치인은 가장 모범적인 인물들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다. 한국은 그래서 위기다. 어떻게 일이 이 상황에까지 치달았을까. 박근혜 대통령 주변 인물 중 누구도 ‘바른 소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보수 세력에서 진작 할 말은 하는 ‘배반자’가 나왔더라면, 친박연대가 스스로 박 대통령에게 직언(直言)하는 역할을 맡았다면 최소한 ‘최순실 게이트’가 지금처럼 사회 전반으로 퍼지는 비극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정치만의 얘기는 아니다. 힘과 권한을 가지게 되면 힘들었던 과거를 잊어버리는 모습은 어디에나 존재했다. 경제 발전을 제1의 목표로 삼던 시기 성장한 기업과 경제계 인사들은 나눔과 상생의 정신을 잊었다.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이 스스로를 ‘흙수저’라고 부르기 시작한 이유다.

 피를 흘려 이 땅에 민주화의 뿌리를 심은 사람들 중에도 관용의 미덕을 잊고 정계로 진출해 군림하려 한 사람이 적지 않다. 건전한 보수와 온건한 진보가 설 자리는 그만큼 좁아졌다. 결국 정치 문화는 시간을 거꾸로 흘렀고 국가 기관에 대한 신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내부가 서서히 곪아 가는 동안 외부의 폭풍은 더욱 거세졌다. 한국은 표면적으로 1953년 이후 평화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북한은 연이어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며 위협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에서 치러진 대통령 선거 결과로 향후 한국과 전 세계에 대한 미국의 글로벌 질서 유지 역할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중국과 미국, 중국과 일본은 한반도 코앞에서 수시로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우리가 시급하게 할 일은 이 같은 폭풍 속 상황을 명확히 인식하고 미리 준비하는 일이다. 곪아 가는 환부를 도려내는 고통을 참고 ‘제2의 개국’ 수준으로 개혁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정치인들은 ‘주군 모시기’부터 버려야 한다.

 계파의 수장을 감싸거나 작고한 정치·경제인의 기념사업회를 꾸려 가는 일보다 중요한 건 상처 받고 지친 국민을 감싸고 민초(民草)의 작은 업적들을 높이 평가하는 일이다. 어지러운 시국에서 좌절하고 분노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서로를 믿고 양보하며 관용하는 일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일제강점, 전쟁, 분단의 프레임 속에 갇혀 있었다. 사회는 양 극단으로 나뉘어 ‘중도’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책임을 묻고 싸우기에 바빠 앞으로 나갈 동력이 부족했다. 지금을 계기로 모두 ‘용광로’에 넣고 녹여 버릴 필요가 있다. 과거를 잊지 않되 서로 감싸고 힘을 모으는 것만이 위기를 이겨 내고 새로운 질서를 세울 수 있는 길이다.
 
김진현 국가전략포럼 회장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정치인#박근혜#분단의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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