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순위권에 없던 단어… 국가브랜드 추진단은 들러리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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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꼬리 무는 의혹]70억 브랜드사업, 비선개입 의혹

 약 70억 원을 들였던 국가브랜드 선정 과정에서 국민공모전 수상작 15위 안에 ‘창조’란 키워드가 없었는데도 ‘크리에이티브 코리아(Creative Korea)’로 낙점된 것으로 밝혀졌다.

 국가브랜드 개발 추진위원으로 활동했던 김민기 숭실대 교수는 29일 “아무리 지적하고 반대해도 청와대에서는 완전히 다른 안(案)이 결정돼 내려오는 구조였다”며 “추진단은 마치 들러리 같았다”라며 차은택 최순실 씨 등 비선 실세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1월부터 국민과 국가가 공동 창조한다는 명목의 국가브랜드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난해 5월과 9월에 각각 ‘대한민국의 DNA’ ‘한국다움의 키워드’ 등 국가브랜드 공모전을 열었다. 그러나 문체부가 올해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 상징 단어로 채택된 ‘열정’이나 ‘화합’은 공모를 통해 추출한 주요 키워드에 포함됐지만 ‘창조’(Creative)는 수상작, 순위권에도 없는 단어다.

 김 교수는 “추진위원들이 창조라는 단어는 박근혜 정부의 색채가 짙기에 정권이 바뀌면 폐기될 확률이 높아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초 문체부는 국가브랜드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결정됐다고 추진단에 통보했다.

 이에 추진단은 “크리에이티브는 영국, 프랑스, 미국 등에서 이미 많이 사용했고 교육부 대학평가에서도 ‘CK 21’로 써 너무 진부하다”며 ‘Creative’ 대신 ‘Kreative’라는 단어를 사용하자고 제안했으나 이 역시 묵살됐다. 결국 추진단의 반대에도 7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새로운 국가브랜드로 확정 발표됐다.

 이 같은 결과는 추진단 결성 때부터 기획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추진단장 장동련 홍익대 교수는 차 씨와 2001년부터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VIDAK)에서 인연을 맺었고,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이 홍익대 교수 시절 광고홍보대학원장을 지냈다. 김 교수는 “장 단장이 추진위원보다 비선 실세의 의중을 더 반영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문체부 관계자는 “일하면서 왜 이렇게 되었는지 우리도 궁금했다. 창피하고 화가 난다. 어디 가서 문체부 다닌다는 소리도 못 한다”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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