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스승의 날 카네이션도 안 된다는 김영란法 해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2일 00시 00분


코멘트
 그제 국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것조차 법 위반이라면 대체 뭘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교수님한테 캔커피 드리는 것은 어디에 근거해서 위반이냐”고 따졌다.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이 카네이션조차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위반된다고 유권 해석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시행 2주에 접어든 김영란법이 권익위의 과도한 해석으로 곳곳에서 혼란을 일으켜 정작 법을 만든 의원들조차 불만을 터뜨리는 상황이 됐다.

 19대 국회 정무위 간사로 이 법을 앞장서 처리한 김 의원은 스승에게 카네이션도 달아주지 못하게 한 근거인 ‘직접적 직무 관련’ 개념은 당시 국회에서 논의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당초 이 법을 제안한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도 “직무 관련성은 내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사실 이것이 들어가면서 법이 복잡해졌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성 위원장이 “직무 관련성에 따라 캔커피는 법 위반이지만 극히 경미해 처벌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상식에 비춰’ 적용 여부를 판단하라고 한 것은 무책임하다. 권익위 사람들의 상식만 상식이란 말인가.

 김영란법을 통해 한국이 부패 없는 깨끗한 사회가 되기를 원치 않는 국민은 없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관행처럼 이뤄졌던 ‘가벼운 부정청탁’이 사라진 것도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권익위 사례집의 Q&A에 기획재정부 장관의 3만 원 이하 식사 접대는 허용하고, 예산을 담당하는 차관 이하 공무원의 3만 원 이하 식사는 금지하는데 그 기준이 뭐냐는 질의에 성 위원장은 답하지 못했다. 법이 발효되기까지 1년 6개월 동안 국민의 궁금증에 답할 인력 충원도 못 하고, 분명한 해석도 마련하지 못한 권익위는 혼란을 방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부정청탁금지법은 건전한 활동과 교류 등을 규제하자는 것은 아니라며 부작용을 최소화하라고 지시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김영란법을 핑계로 공무원이 몸을 사리는 일도 없어야겠지만 권익위는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김영란#국정감사#부정청탁금지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