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페서 줄세우나” 문재인 세몰이 견제 목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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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명 규모 싱크탱크’ 정치권 촉각
경쟁 주자 ‘문재인 대세론 확산’ 우려… “사람 많다고 정책 잘 될지 의문”
전문가 싹쓸이 ‘구인난’ 걱정도… 문재인측 “반발 신경 안쓰고 전력투구”

 “숫자에 압도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단체가 실효성 있는 정책 개발에 나설지, 아니면 그냥 세몰이로 끝날지는 두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

 더불어민주당의 한 비문(비문재인) 진영 의원은 5일 문재인 전 대표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가칭)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500여 명이라는 매머드급 규모의 싱크탱크는 정치권의 이목을 단숨에 집중시켰다. 문 전 대표가 스타트를 끊으면서 야권 주요 후보 간의 ‘싱크탱크 경쟁’도 본격 점화되는 분위기다.


○ 경계하는 비문, ‘전문가 영입전’까지


 다른 대선 후보 진영의 1차 반응은 ‘위기감’이다. 교수 및 전문가 500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싱크탱크 발족을 통해 야권 진영에서의 ‘문재인 대세론’이 확산될 수 있어서다. 특히 문 전 대표가 전문가그룹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조만간 싱크탱크나 캠프를 구성해야 하는 다른 후보 진영에선 전문가 영입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문 전 대표의 싱크탱크를 두고 “폴리페서를 일찌감치 줄 세우겠다는 발상”이라며 “세 불리기 형태로 가면 정책 개발보다 (교수들을) 정치집단화시켜 교수사회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더민주당의 한 후보 진영 관계자도 “의욕이 너무 앞서는 것 같다”며 “종국에는 1000명까지 목표로 한다는데, 의사 결정 구조가 복잡해질 뿐만 아니라 내부 분란이 생길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후보 진영에선 ‘국민성장’에 참여하는 교수들의 면면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이날 당내에선 “총장, 학회장을 지낸 교수만 50명이 넘는다고 한다” “합류하는 교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인재 영입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국민성장’에 참여한 한 사립대 교수는 “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으로부터 동시에 ‘러브콜’을 받은 교수가 적지 않다”며 “특히 서울시 프로젝트 등을 맡았던 교수들은 누구를 도와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친분 있는 교수들 사이에선 “일단 캠프에 고루 흩어졌다가 당 후보가 정해지면 다시 모이자”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다른 후보들도 싱크탱크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지난달 28일 ‘정책네트워크 내일’ 2기 발대식을 열었다. ‘내일’에는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 박원암 홍익대 교수, 이옥 덕성여대 명예교수, 조영달 서울대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더민주당 김부겸 의원도 다음 달 중순경 40, 50대 소장파 학자들을 중심으로 정책자문조직을 발족할 예정이다.
○ 시동 건 文, “2012년 전철 밟지 않는다”

 문 전 대표 측은 다른 후보들의 비판에 신경 쓰지 않고 대선 레이스의 가속페달을 밟겠다는 계획이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예선(당내 경선)부터 전력투구로 간다. 2012년 당시 ‘담쟁이 포럼’이 뒤늦게 발족한 탓에 정책 역량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한 과오를 반복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싱크탱크 실무를 총괄하는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대규모 영입에 대해 “우리도 이 정도 규모까지 될 줄은 몰랐다”며 “자체적으로 문 전 대표를 돕겠다는 교수그룹이 많아 예상외로 규모가 커졌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가 싱크탱크의 구성과 활동을 직접 꼼꼼하게 챙기는 점도 2012년 때와 달라진 모습이다. ‘국민성장’이라는 명칭도 “성장과 관련한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문 전 대표의 의지가 반영됐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황형준 기자
#문재인#대선#싱크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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