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낙하산 욕심’ 못 버리면 우리은행 민영화 공염불 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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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2조8000억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16년 동안 소유해 온 우리은행의 민간 매각 방침을 밝혔다. 예금보험공사(예보)의 우리은행 지분 51%를 통째로 살 만한 매수자가 없어 네 번이나 실패했던 현실을 감안해 30%를 4∼7개의 기관투자가에게 쪼개 팔아 연내 민영화를 완료하겠다는 것이다.

어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위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내놓은 새로운 방안”이라고 치켜세웠지만 전혀 새롭지 않다. 2009∼2010년 무렵에도 지금과 거의 흡사한 방안이 논의됐다. 지분을 쪼개면 주식 가치가 떨어져 공적자금 회수가 어려워진다면서 비현실적 일괄 매각을 고수해 민영화가 무산됐을 뿐이다. 실제로 정부가 우리은행을 반드시 민영화하겠다는 적극적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박근혜 정부 역시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들의 모임) 출신 이광구 행장, 친박연대 대변인 출신 정수경 감사 같은 정피아, 관피아를 줄줄이 내려 보내며 우리은행 경쟁력을 갉아먹지 않았던가.

정부가 이번에도 민영화를 시도했다가 안 되면 낙하산 창구로 활용할 작정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은행 민영화의 3대 전제조건으로 내건 ‘조기 민영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금융 산업 발전’ 자체가 동시 달성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분을 쪼개 파는 과점주주 매각으로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할 수가 없다. 국내 금융기관의 자금력이 바닥을 드러낸 상황이어서 국내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4% 넘게 매입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줄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여야정(與野政) 어느 쪽도 이 뜨거운 감자에는 손을 대지 않고 있다.

이번 민영화 방안은 과점주주에게 지분을 넘긴 뒤에도 정부가 지분 21%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남는 모순도 안고 있다. 지분 매각에 성공하면 금융개혁의 성과로 포장할 수 있고 정부 영향력도 유지할 수 있어 정부로선 ‘꿩 먹고 알 먹고’다. 정부가 아직 회수하지 못한 공적자금 4조 원을 회수하려면 주당 매각가격이 1만3000원 정도 돼야 하는데 현재는 1만 원대에 불과하다. 주주에게 최대한 자율경영을 보장하겠다는 정부 약속만 믿고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공적자금을 회수할 만한 입찰가를 써 낼지 알 수 없다. 결국 민영화의 성패는 정부가 우리은행 관치 포기의 진정성을 입증하는 데 달려 있다.
#정부#우리은행 민영화#낙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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