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종이호랑이’ 특별감찰관제 대신 공수처 도입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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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비위 감찰이 의혹을 밝혀내지 못하고 검찰 고발도 아닌 검찰 수사 의뢰로 일단 마무리됐다. 2012년 대통령선거 때 대통령 측근 및 친인척 비리 근절을 위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주장하는 문재인 후보에 맞서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제 도입을 공약한 후보가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우 수석 비위 감찰은 특별감찰관제를 시험한 제1호 사건이다. 그러나 측근 비위 근절은 고사하고 감찰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종이호랑이’ 같은 제도임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특별감찰관은 감찰 대상자의 비위 행위를 ‘조사’할 뿐 압수수색, 계좌추적 같은 강제수사권이 없다. 출석과 답변 및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당사자가 부인하면 혐의를 파헤칠 수단도, 성실한 답변이나 자료 제출을 강제할 방법도 없다. 그나마 특별감찰이 힘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대통령의 의지가 있을 때인데 대통령이 총애하는 측근 감찰에 힘을 실어줄 리가 없다는 것이 이 제도의 결정적 맹점이다. 우 수석은 버티기로 나왔고 경찰도 자료 제출 요청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특별감찰관법에서 정한 감찰 대상도 협소하다.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이 그 직위에 오른 이후의 비위로 제한돼 있다. 비리 유형도 공금을 횡령·유용하는 행위, 부당하게 금품·향응을 주고받는 행위, 인사 관련 등 부정한 청탁을 하는 행위, 실명(實名)이 아닌 명의로 계약하는 행위, 공기업이나 공직 유관단체와 수의계약하는 행위 등 5가지 유형으로 제한돼 현실에서 심각하게 취급되는 갖가지 중요한 비리를 다 포괄하지 못한다.

특별감찰관이 감찰 착수 및 종료 사실과 감찰 내용을 공표하거나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도 지나치다. 누구를 대상으로 무슨 감찰을 하는지, 어떻게 끝났는지 대통령만 알고 국민은 모르는 감찰이라면 ‘없는 감찰’과 다를 바 없다. 애초에 이런 감찰을 의도하고 박 대통령 측에서 특별감찰관제를 주장한 것은 아니었는지 의문이다.

야당은 검찰처럼 강제수사권을 갖고 고위 공직자를 상대로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공수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특별감찰관제를 획기적으로 보완할 수 없다면 차라리 이 제도를 없애고 공수처 도입을 본격 논의해야 한다.
#이석수#특별감찰관#우병우#비위 의혹#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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