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어려움 겪는 분야 있어도… 부패관행 방치할순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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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합헌]헌재 쟁점별 합헌 판단 근거는
사학-언론 임직원도 공직자? “사회영향력 커 청렴성 요구돼”
모호한 사회상규 개념 “대법원 등 이미 축적된 판례 있어”
배우자가 접대 받아도 신고 의무 “배우자 통한 우회청탁 통로 차단”

9월 28일 시행까지 정확히 두 달이 남은 28일, 헌법재판소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패의 고리를 끊고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에 발맞춘 결론으로 풀이된다. 적절한 손질이 필요하다면서도 부패를 척결해야 한다는 대의명분 때문에 헌재 결정을 앞두고 일각에선 합헌을 예상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헌재는 이날 결정문에서 “청렴도를 높이고 부패를 줄이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야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부패의 원인이 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관행을 방치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영란법의 입법 취지를 되새기고 강조함으로써 격론 끝에 공포된 법의 정당성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헌재는 부패를 없애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공직 부문뿐 아니라 업무의 공공성을 띤 민간 부문에서도 청렴성이 높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언론사 및 사립학교 임직원이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더라도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관들은 다수 의견에서 “교육과 언론은 국민의 일상생활에 밀접한 영역으로 국가나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공직자에 맞먹는 청렴성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정보 전달로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과 학생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교육 분야의 부패는 파급 효과가 커서 피해가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반면 원상회복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다는 이유다.

헌재는 “국가가 법을 남용하거나 악용할 경우 언론의 자유나 사학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다”면서도 “부정청탁을 금지하는 것은 오히려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이 정당하고 떳떳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란법에 적시된 ‘부정청탁’과 ‘사회상규’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쟁점에 대해서는 재판관 9명 전원이 “이미 축적된 대법원 판례 등에 판시돼 있다”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른바 ‘3·5·10 원칙’으로 알려진 원활한 직무 수행과 사교 및 의례 등을 위해 식사 접대 등을 허용하도록 가액 범위를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한 위임조항에 대해서도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봤다. 헌재는 “대통령령에 규정될 수수허용 금액 등은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경우 100만 원을 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정도임을 예측할 수 있어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직무 관련성 여부와 관계없이 배우자가 식사 대접 등을 받은 사실을 알고 신고하는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점도 이견이 없었다. 재판부는 “배우자가 수수금지 금품 등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 또는 의사표시를 받은 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신고 조항과 제재 조항에 따라 처벌될 수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돼 청구인들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식사 대접 등의 사실을 알고 나서 신고하지 않은 데 대해 형사처벌하는 조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의견 5 대 4로 아슬아슬하게 합헌이 유지됐다.

재판관들은 “김영란법은 식사 대접 등을 받은 배우자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고 공직자가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의무 위반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어서 헌법에서 금지하는 연좌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의 배우자를 통해 우회적으로 영향력을 끼치려는 통로를 차단함으로써 직무 수행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배석준·권오혁 기자
#김영란법#합헌#부패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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