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봤자”… 전대와 담쌓는 非盧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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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心 경쟁… 비주류 안될게 뻔해” 이종걸 출마 검토에 되레 만류
일각 “정계개편 바람불때 기다려야”

“비주류는 전당대회에 큰 관심이 없는 분위기다. 아예 전당대회장에 안 가겠다고 하는 의원들도 있다.”

25일 더불어민주당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한 의원은 다음 달 27일 열리는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둘러싼 비노 진영의 기류를 이같이 전했다.

차기 당 대표를 뽑는 전대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비노, 비주류 의원들의 분위기는 이처럼 냉랭하다.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로 나뉜 새누리당에서 비박계 인사들이 속속 당 대표 선거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과 대조적이다.

비노 의원들이 전대에 무관심한 1차적 이유로 ‘비노 후보 실종’이 꼽힌다. 김부겸, 박영선 의원 등 비노 진영 중진들은 일찌감치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다. 중도 성향의 한 초선 의원은 “출마 의사를 밝힌 추미애, 송영길, 김상곤 후보 모두 사실상 문재인 전 대표만 바라보고 있는 것 아니냐”라며 “문 전 대표에게 부정적인 비주류 의원들이 선뜻 누구 편을 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전대가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친문재인) 진영을 의식한 ‘문심(文心) 잡기 경쟁’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한 반감인 셈이다.

실제로 당 안팎에서는 “친문 진영 핵심 인사가 A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친문 진영이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았다” 등 ‘문심’을 둘러싼 소문만 무성한 상황이다. 문 전 대표 측근으로 꼽히는 최재성 전 의원이 이날 양향자 광주 서을 지역위원장의 여성위원장 출마 기자회견 자리에서 “저는 한 번도 추 후보를 만난 적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이다.

여기에 4·13총선 이후 치러진 두 번의 당내 경선을 통한 학습효과도 영향을 미쳤다. 원내대표, 국회의장 경선에서 비노 진영은 친문·주류 진영에 완패했다. 특히 문희상, 정세균, 이석현, 박병석 의원이 경쟁했던 의장 경선에서 정 의장이 예상을 뒤엎고 71표라는 압도적 지지를 얻은 것이 결정적이다. 비노 진영의 한 중진 의원은 “이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주류 쪽 의원들이라 표가 갈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며 “경선 직후 비노 의원들 사이에서 ‘이제는 뭘 해도 안 되는구나’라는 탄식이 나왔다”라고 전했다.

또 문 전 대표의 대표 재임 시절 입당한 ‘온라인 당원’들이 대거 권리당원으로 전환된 것도 비노 진영의 무기력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한 당직자는 “이들 대부분은 친문 진영에 우호적이라고 봐야 한다”며 “지난해 2·8 전대에서는 비노 진영이 권리당원 투표에서 이겼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했다.

이런 이유로 이종걸 의원이 비노 진영을 대표해 전대 출마를 적극 고려하고 있지만 정작 비노 의원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이 의원과 가까운 인사는 “이 의원 본인은 출마 의지가 강하지만, 주변에서 모두 ‘어차피 질 게임에 뛰어들 필요가 없다’며 강하게 만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예 일부 비노 의원 사이에서는 전대 이후 정치권 ‘빅뱅’을 기대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당 관계자는 “이번 전대에서 결국 ‘문심’으로 대표가 결정된다면 비노의 입지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라며 “결국 당의 원심력이 강해져 연말이나 내년 초에 또 한 번의 정계 개편을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라고 전했다. 당장 손학규 전 고문이 정계 복귀 시점을 8월 전대 뒤로 미룬 것도 이 같은 전망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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