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구법회]‘지정 공휴일제’ 신중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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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법회 한글학회 평의원
구법회 한글학회 평의원
정부가 일부 법정 공휴일을 특정 요일로 지정해 쉬도록 하는 ‘지정 공휴일제’를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홍익표 의원도 어린이날, 현충일, 한글날을 특정 요일로 정해 쉬도록 하는 ‘국민의 휴일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고 한다. 이는 날짜 중심으로 되어 있는 국경일이나 기념 공휴일을 지정 요일로 바꾸어, 공휴일이 토요일, 일요일과 겹치는 것을 막고 연휴 수를 늘려 경제적으로 내수 활성화를 꾀하자는 것이다.

한글학회를 비롯한 한글 단체들은 종교 공휴일이나 다른 공휴일은 손대지 않고 국경일인 한글날을 지정 공휴일제로 하는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어린이날과 현충일은 날짜를 기념하는 것이 아니므로 지정 공휴일로 해도 좋지만, 국경일인 한글날은 그대로 두어야 한다.

이것은 정부가 한글과 한글날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경제 논리만을 생각해 연휴를 늘려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아주 편협한 발상에서 비롯된 일이다. 전문가들은 내수 침체의 굵직한 원인은 다른 곳에 있는데 공휴일에서 찾고자 한다면 번지수를 한참 잘못 찾은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한글날이 10월 9일인 것은 훈민정음 해례본의 정인지 서문에 ‘세종 28년 9월 상순’이라고 적힌 것을 양력으로 환산하여 정한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 보더라도 4대 국경일은 날짜를 기념하는 국경일이므로 그대로 두는 것이 옳다. 한글날은 국경일로 지정됐다가 한때 노는 날이 많다고 국경일에서 기념일로 격하된 적이 있고, 그 후 쉬지 않는 국경일로 되었다가 우여곡절 끝에 이제는 간신히 국경일로 제 모습을 되찾았다.

정부와 국회는 지정 공휴일제를 추진하더라도 신중한 논의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동안 수난을 겪어 온 성스러운 한글날을 더는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이다.

구법회 한글학회 평의원
#법정 공휴일#지정 공휴일제#한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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