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청’ ‘노인복지청’ 두글자 더해 따로 발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기업 옥죄는 20대 국회]비슷한 법안으로 실적 부풀리기

‘보건복지부에 노인복지청을 신설한다.’(이종배 홍문표)

‘보건복지부에 노인청을 신설한다.’(경대수 양승조)

‘보건복지부에 노인복지지원청을 신설한다.’(이명수)

얼핏 봐서 흡사 ‘틀린 그림 찾기’처럼 보일 정도로 비슷한 이 법안들은 모두 20대 국회에 의원 발의된 법안들이다. 결국 ‘보건복지부에 노인을 전담하는 청을 신설하자’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의원 5명이 별도로 낸 셈이다.

10일 동아일보 분석에 따르면 20대 국회 의원 발의 법안 592건 가운데 136건은 중복성 법안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의 23.0%다. 한 가지 법률에 대해 여러 의원이 유사한 내용으로 발의하는 사례들이다. 이런 중복성 법안은 법안 심사 시 한 번에 묶어서 진행된다. 특히 ‘대안반영 폐기’ 처리가 되면 가결로 인정되기 때문에 결국 국회의원 실적 부풀리기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안반영 폐기란 기존 법률안을 대체하는 다른 법률안을 각 상임위원회에 상정하고 기존 법률 원안은 폐기했다는 의미다.

가장 많이 발의한 의원은 개원 한 달여 만에 32건을 쏟아낸 국민의당 주승용 의원이었다. 하지만 발의 법안을 뜯어보면 미미한 내용의 개정안이 적지 않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승강기시설 안전관리법, 민방위기본법, 국제개발협력기본법, 신용협동조합법, 교통안전법 등 6개 법안에서 일본식 표현인 ‘시달’을 ‘통보’나 ‘지시’ 같은 표현으로 바꾼 게 대표적이다.

총 10건 발의로 4위에 오른 양승조 의원 역시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에서 ‘총재’의 명칭을 ‘이사장’으로 변경하는 등 일부 단어를 수정하는 데 그쳤다. 이종배 의원은 게임산업진흥법, 건강가정기본법, 결혼중개업관리법에서 ‘당해’를 ‘해당’으로만 바꾼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원과 함께 총선 결과 보답에 나선 의원도 속속 등장했다. 안상수 의원(인천 중-동-강화-옹진)은 서해 5도 주민들의 생활 안정과 복지 향상 등에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서해5도 지원특별법’을, 새누리 박명재 의원(경북 포항남-울릉)은 울릉도·독도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울릉도·독도 특별법’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경기 파주을)은 통일경제파주특별시 설치 특별법, 윤후덕 의원(경기 파주갑)은 평화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법을 각각 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국회#기업#경제민주화법#발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