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만 60% 사둔채… 본공사 첫삽도 못뜬 朴정부 핵심대북사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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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선 철도복원 중단]
국제사회 대북제재 강화에 朴대통령 ‘통일 출발점’ 구상 차질
통일부, 복원 완전중단 아니라지만 朴정부 임기내 공사 재개 불투명

16일 현재 경원선의 종착점이자 복원 공사의 출발점인 강원 철원군 철원읍 대마리 백마고지역. 경원선을 복원하는 공사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철도중단점 표지판만 덩그러니 서 있었다.

복원 공사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감리업체인 동명기술공단이 머물고 있는 철원군 철원읍 관전리의 사무실도 썰렁했다. 동명기술공단 관계자는 “지금은 현대건설 5명, 동명기술공단 2명만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사무실에서 일했다던 한 주민은 “공사가 진행되려면 20∼30명은 필요할 텐데 기공식 때보다 사람이 줄었다”고 전했다. 공사 발주처인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공사를 위한 토지 매입은 60%가량 진행됐지만 착공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철원 주민 이근회 씨(76)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와서 기공식을 했는데도 공사가 진행되지 않아 사업이 흐지부지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 “완전 중단은 아니다”라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경원선 복원 기공식에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통해 우리 경제의 재도약과 민족사의 대전환을 이루는 철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박 대통령이 강조한 핵심 외교 구상이다. 북한을 통해 유라시아 대륙으로 진출하겠다는 것. 그 핵심이 남북 철도 연결이고 남북 철도 연결의 시작을 경원선 복원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경원선 복원 공사를 잠정 중단한 것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점을 감안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 의지 없이는 남북 대화나 협력도 없다”는 대북정책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 비핵화 전이라도 남북 교류 협력을 통해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던 기존 접근법을 폐기했다.

통일부는 “경원선 복원 공사의 완전 중단은 아니다”라며 “토지 매입비 상승으로 인한 공사 일정 조정”이라고 애써 해명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경원선 복원을 중단한다면 공사 구간의 토지 매입도 중단해야 하지만 현재 토지 매입을 진행하고 있다”며 “남측 구간 복원 사업을 중단시킬 이유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토지 매입을 위한 예산이 당초 예산보다 3배 늘어난 만큼 올해는 토지 매입과 설계에만 우선 치중하고 공사의 본격 재개는 상황을 봐가면서 검토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급하게 서둘렀던 공사 진행 과정을 절차에 따라 단계적으로 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내년 하반기까지 경원선 복원을 끝내겠다며 토지 매입과 설계, 환경영향평가, 지뢰 제거, 문화재 조사 등을 거의 동시에 진행하는 이른바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방식으로 서둘렀던 것과는 전혀 다른 태도다. 박 대통령은 착공식에서 “경원선을 다시 연결하는 것은 한반도의 아픈 역사를 치유하고 복원해 통일과 희망의 미래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공사 진행해도 정부 임기 내 복원 어렵다”

통일부는 우선 토지 매입과 설계를 진행한 뒤 공사 재개를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면서도 “상황을 봐가면서 검토하겠다”며 재개 시점을 분명하게 제시하지는 않았다.

통일부 관계자는 “내년 말에 공사를 끝내기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어차피 현 정부 임기 내에 마무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공사가 재개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공사 잠정 중단 배경에 경색된 남북관계가 있음을 부인하지 않은 만큼 내년까지도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고 남북 대화 협력 가능성이 계속 낮아진다면 공사를 재개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부처 간 엇박자가 나온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통일부는 “경원선 복원 중단이 아니다”라고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이를 “중단”이라고 받아들이고 관련 업체에 철수를 위한 정리 작업을 하라고 전달했다. 경원선 복원 공사가 잠정 중단된 상황이지만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최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다시 강조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정부의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철원=이호재 기자
#대북사업#경원선#철도복원#복원 중단#박근혜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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