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영훈]군인사 난맥과 방산비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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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제독이 금빛 소장 계급장을 단 하얀 해군정복 차림으로 단상에 섰다. 김복일 차명인(茶名人)의 사회로 ‘장군 다례(茶禮)’가 시작됐다. 김 제독이 충무공 이순신 장군 영전에 차를 올리자 차인(茶人) 한영용이 충무공의 ‘한산도가’를 애절한 판소리체로 만들어 불렀다. 충무공도 임란(壬亂) 때 큰 전투를 앞두곤 꼭 차를 마시며 명상했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지난달 29일 김 제독은 1함대사령관을 거쳐 해군군수사령관을 끝으로 군문(軍門)을 나왔다.

▷김 제독은 38년 복무기간의 거의 절반을 국방부 청와대 주미대사관서 근무했다. 함장을 하다 별 단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 외부와 함상 근무를 오락가락해 그를 잘 모르는 해군들이 많다. 소령 때 권영해 전 국방부 장관 부관을 지냈다. 권 전 장관은 이날 전역식에서 “해군 참모총장에게 ‘나중에 참모총장이 될 유능한 사람을 보내라’고 했다”며 그를 회고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는 중장 승진에서 탈락했다. 권 전 장관은 “소장으로 예편하면 ‘2층에서 떨어졌다’고 한다”며 “제2의 인생을 잘 설계하라”고 당부했다. 김 제독은 이명박 정부때 청와대에서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을 지냈다.

▷당초 국방부는 김 제독을 승진 1순위로 올렸지만 2순위가 별 셋을 달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실력자가 밀었다는 뒷말이 있었다. 승진자는 군 골프장 캐디 성희롱 물의를 빚고 옷을 벗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장성인사를 둘러싼 나쁜 소문은 그치지 않는다. 대통령 전·현 안보실장 인맥이 승승장구한다는 얘기가 꼬리를 문다. 김 제독은 그러나 승진 탈락에 대해 남 탓을 하지 않고 “감사와 보은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고가의 무기 도입 비리가 꼬리를 물더니 이제 군 장병의 추위를 막는 침낭 공급업체의 로비에 군 간부들이 꼭두각시처럼 움직인 어처구니없는 비리까지 적발됐다. 한 예비역 장성은 “망국적인 방산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엔 군인사 난맥도 한몫 거든다”며 분노했다.

최영훈 수석논설위원 tao4@donga.com
#김진형 제독#군인사 난맥#방산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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