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비대위 뒤엎어 놓고… 또 ‘알아서 하라’는 친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원점으로 돌아간 與 지도부 구성]
정진석 원내대표에 ‘새 비대위장’ 결정 일임

정진석 “중진들이 고민거리 다시 줘”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오른쪽)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지도부-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은 새 비대위원장 후보로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강재섭 전 대표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내대표 왼쪽은 원유철 전 원내대표.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정진석 “중진들이 고민거리 다시 줘”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오른쪽)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지도부-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은 새 비대위원장 후보로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강재섭 전 대표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내대표 왼쪽은 원유철 전 원내대표.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0일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한 한 비박(비박근혜)계 중진 의원은 회의 직후 정진석 원내대표를 따로 만났다. 이 의원은 “이번에 밀리면 정치적으로 죽는다”고 말했고, 정 원내대표는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정 원내대표의 발언이 비상대책위원장 겸직은 안 된다는 친박(친박근혜)계의 요구를 거부하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인지는 분명치 않다. 일부 비박 진영에서도 정 원내대표가 혁신위원회와 비대위원회를 일원화한 ‘혁신 비대위원장’을 겸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정 원내대표는 “중진 의원들이 고민거리를 또 줬다. 차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거취 문제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당 수습을 둘러싼 새누리당 내전(內戰)은 돌고 돌아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직하느냐 마느냐의 원점으로 회귀한 것이다.


○ 비대위원장 내놓으라며 선공 펼친 친박


이날 회의에선 4선 이상 의원 18명 중 11명이 참석했다. 17일 상임전국위원회 무산 이후 극심한 계파 갈등을 겪은 뒤 처음 머리를 맞대는 자리였다. 친박계는 정갑윤 원유철 이주영 정우택 한선교 홍문종 의원 등 6명이, 비박계는 심재철 정병국 나경원 신상진 이군현 의원 등 5명이 나왔다. 비공개 논의에서 양측이 각각 의견을 내는 방식으로 회의가 진행됐다고 한다. 두 시간 동안 회의를 했지만 계파 간 인원이 비슷해 뚜렷한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당초 정 원내대표는 비박 중심이라는 친박계 반발을 수용해 비대위원을 추가 위촉하는 중재안을 내놓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친박계는 김영우 의원과 이혜훈 당선자 등 일부 비대위원의 교체를 요구하고 나선 게 아니라 아예 비대위원장을 새로 선출하자는 주장을 폈다. 새 비대위원장이 비대위원을 백지 상태에서 다시 짜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혁신보다 관리에 방점이 찍히는 강재섭 전 대표와 황우여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름을 꺼낸 것이다. 한선교 의원은 “비대위원은 비대위원장이 인선하는 것”이라며 “혹시 형태가 바뀌면 다른 분이 비대위원을 선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박계도 반격에 나섰지만 의견은 제각각이었다. 한 비박계 의원은 “비대위원장을 관리형 인사로 앉히고 당권을 잡기 위한 전당대회를 치르겠다는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비박계 의원들 중에서도 혁신위와 비대위를 일원화해 새 위원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등이 거론된다.


○ 뒤로 빠진 계파 수장들


이날 회의에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 최경환 의원, 비박계 핵심인 김무성 전 대표는 모두 불참했다. 김 전 대표와 서 의원은 미리 당 사무처에 불참 의사를 통보했다. 김 전 대표 측은 “4·13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기에 향후 당 운영 방안에 대해 언급할 때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 의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내대표는 17일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조직적으로 보이콧(거부)한 친박계에 아직도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석에서 “저런 식으로 회의를 무산시킨 것은 해당행위 아니냐”라는 말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정 원내대표는 다음 주 중 20대 총선 당선자와 낙선한 조직위원장을 모아 의견을 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비대위가 총선 공천권을 갖고 있는 기구도 아닌데 왜 이렇게 (친박계가)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송찬욱 song@donga.com·강경석 기자
#정진석#새누리당#비대위원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