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친박 힘에 원내대표 무력화… 與혁신 물 건너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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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어제 4선 이상 중진과 원내지도부 간의 연석회의를 열어 비상대책위와 혁신위원회 출범 무산에 따른 위기 상황 타개 해법을 논의한 뒤 또다시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최종 결정을 위임했다. 회의에서는 비대위와 혁신위를 합친 ‘혁신 비대위’를 구성하고 위원장도 외부에서 영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제시됐다. 사실 이 안은 비박(비박근혜)계가 처음부터 주장했던 것이지만 당선인 설문조사에서 70% 이상이 관리형 비대위와 혁신위를 따로 설치하길 원해 채택되지 못했다. 친박(친박근혜)계는 처음엔 이 안이 마뜩잖았지만 비박계 인사 위주로 짜인 현 비대위 구성을 무력화하려는 의도에서 찬성으로 돌아선 것 같다.

혁신 비대위는 최고위원회를 대신해 다음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임무를 맡는 비대위와 당헌 당규를 바꾸고 수평적 당청관계를 구축해야 할 혁신위를 하나로 묶자는 구상이다. 관리와 혁신 업무를 동시에 추진하게 되니 당연히 훨씬 더 많은 권한과 더욱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문제는 혁신 비대위를 구성한다 해도 과연 ‘친박’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달 11일 중진 연석회의 결정에 따라 자신이 비대위원장을 겸임하게 됐지만 혁신위원장은 외부에서 영입하려다가 인물난으로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세웠다고 밝혔다. 하지만 친박은 정 원내대표와 비박을 상대로 비대위와 혁신위 출범을 무산시켜 자신들의 힘을 십분 과시했다.

기울어진 당청관계가 재정립되지 않는다면 설사 위원장과 위원을 외부 인사로 구성해 혁신 비대위를 출범시키더라도 친박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또다시 비토를 놓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예를 들어 혁신 비대위가 무소속 유승민 의원의 복당을 결정할 경우 친박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흔쾌히 수용할 것인가. 새누리당이 아무리 혁신을 얘기해도 계파 싸움 때문에 시늉만 하다 그친다면 국정 책임이 있는 여권의 표류는 결국 국민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어제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17∼19일 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4년여 만에 가장 낮은 29%를 기록했다. 한때 더블스코어 차이를 보였던 더불어민주당(26%)에 비해 불과 3%포인트 높았다. 총선에 참패하고도 정신을 못 차리는 여당의 현주소다.
#새누리당#정진석 원내대표#친박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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