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協治 이끌겠다” vs 나경원 “黨쇄신 적임자” vs 유기준 “당청조율 강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3일 새누리 원내대표 경선

새누리당의 20대 국회 첫 원내사령탑 선거가 3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1일 후보 등록을 마감한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에 △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4선)-김광림(경북 안동·3선) △나경원(서울 동작을·4선)-김재경(경남 진주을·4선) △유기준(부산 서-동·4선)-이명수(충남 아산갑·3선) 등 3개 조(組·기호 순)가 출사표를 냈다. 원내대표 경선은 3일 실시된다.

4·13총선 참패 뒤 치러지는 당내 첫 선거인 만큼 후보들은 저마다 계파 청산 및 쇄신의 적임자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여소야대 구도 속에서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거대 야당과 박근혜 대통령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자숙 모드’이지만 여전히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박(친박근혜)계가 누구를 선택할지 주목된다.

○ 친박계 표심은 어디로?

정진석 당선자는 이날 “야당이 의회 권력을 장악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당청 관계는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또 “협치의 대상에서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수평적 당청 관계’를 내세웠다.

나경원 의원은 “수도권 민심을 기준으로 당의 쇄신과 변화를 이끌 적임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내 서울 지역 최다선이자 유일한 여성 4선 의원인 자신이 악화된 수도권 민심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당청 간) 협력할 것은 협력하되 민심은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며 ‘쌍방향 소통’을 강조했다.

정 당선자와 나 의원 모두 향후 당청 관계의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반면 유기준 의원은 “정부와 당청 간 의견을 조율하는 면에서 제가 조금 더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친박계다.

새누리당 20대 당선자 122명 가운데 70여 명에 이르는 친박계 의원들도 후보 3명을 두고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청 관계의 변화 필요성이 있는 데다 누가 원내대표가 되는 게 박근혜 정부는 물론이고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친박계의 결속력 이완도 변수다.

나 의원 측은 “(친박계의) 반란표가 많을 거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원내대표 경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 후보가 없으면 1, 2위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 투표가 진행된다. 정 당선자 측은 “김광림 정책위의장 후보 영입으로 기선을 잡았다. 충청과 영남 표를 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당내에선 나 의원과 정 당선자 ‘2강 구도’로 보고 있다.

○ 세 후보의 극복 과제는

20대 국회 첫 원내사령탑의 주인공이 되려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나 의원으로선 국민의당 원내대표로 추대된 박지원 의원 변수가 ‘악재’로 꼽힌다. 원내대표만 세 번째인 박 의원에게 휘둘리지 않고 정치력과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한 친박계 초선 당선자는 “친박 중진들 사이에서 나 의원이 (노회한) 박 의원을 상대하기엔 역부족 아니냐는 얘기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에 나 의원은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뽑는다면서 박 의원과 맞는 상대가 누구인지 물어보는 것은 좀 황당하다”며 “박 의원과의 맞춤형 원내대표가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 맞는 원내대표를 뽑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선 ‘박지원 변수’로 친박계 표심이 당초 나 의원 쪽에서 정 당선자에게로 옮겨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과 가까운 김 정책위의장 후보가 정 당선자와 손을 잡은 게 그 증거라는 것이다. 4·13총선에서 ‘진박(진짜 친박) 후보’로 불린 일부 인사들이 정 당선자를 돕는다는 말도 나온다.

이에 정 당선자 측은 “친박계가 움직여주길 내심 기대했는데 적극적이지 않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당내에선 친박계가 조직적으로 나서면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 당선자가 19대 총선에서 낙선해 초·재선 당선자들과 접촉면이 넓지 않은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유 의원은 친박계이면서도 친박계의 곱지 않은 시선을 극복해야 한다. 유 의원 측은 “친박계 의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친박계는 자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 청와대에서도 나오지 말라고 했다는데 왜 나오느냐’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고 전했다.

유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 의원과 정 당선자를 ‘훌륭한 분’이라고 치켜세우면서도 유독 ‘이명박 대통령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나 의원), 이명박 대통령 정무수석(정 당선자)’ 등의 경력을 나열했다. 한 당내 인사는 “유 의원이 그래도 믿을 구석은 친박계밖에 없다는 얘기가 아니겠느냐”며 “친박계가 조직적으로 움직일 동력이 있느냐, 당선자들의 위기의식이 얼마나 강하냐 등이 중요한 승부처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홍수영 기자
#새누리#경선#원내대표#정진석#나경원#유기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