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누리과정 편성 의무화를 골자로 한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 도입을 두고 야당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관련법 개정안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재정 상황이 날로 악화되는 가운데 과거 정책을 재탕하는 안이함을 보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가 여소야대로 짜인 20대 국회의 성격을 감안해 정책 추진의 접근 방식을 개선하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재정 지출 효율화로 성장 도모

재정 효율화를 위해 정부는 특별법 제정과 누리과정 편성 의무화라는 2개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재정건전화특별법(가칭)을 새로 만들어 재정 준칙을 확립하고 지방자치단체의 ‘밑 빠진 독’이 된 지방교육 회계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특별법에 국가채무의 한도를 설정하고, 정부 수입보다 지출이 덜 늘어나도록 증가율을 관리하는 내용을 명문화할 계획이다. 또 지방교육 특별회계를 신설해 누리과정, 초등돌봄교실 등에 투입될 재원은 지자체 예산과 분리된 별도의 ‘항아리’에 넣기로 했다. 국가 정책에 따라 추진되는 의무 지출에 지자체나 교육청이 임의로 손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저출산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통일에 대비해야 하는 여건을 감안하면 재정 운용을 보수적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에 한계 지적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정개혁에 대해 ‘방향은 옳지만 추진 방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나랏돈 씀씀이를 개혁해야 한다는 데에는 대다수 국민이 동의하지만, 법을 새로 만드는 것만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은 너무 안이하다는 분석이다.
재정개혁 대책으로 내놓은 재정건전화특별법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새로운 정책인 것처럼 포장했지만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에 정부가 내놨다가 16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 ‘재정건전화 특별조치법’과 사실상 같은 내용이다. 총지출 증가율을 경제 명목성장률 대비 2%포인트 낮게 가져가고 잉여금은 전액 국가채무 상환에 쓰도록 하는 당시의 법안 내용은 오히려 이번에 내놓은 특별법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누리과정 별도 회계 편성을 놓고는 당장 야당의 반발이 거세다. 교육교부금이 별도 회계에 잡힐 경우 지자체가 교부금을 활용할 여지가 좁아져 지방자치에 역행한다는 논리에서다. 서울을 비롯한 주요 지자체 수장이 야당이고 교육감도 진보 성향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야당은 정부가 추진하는 누리과정 개혁에 협조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 누리과정대책특별위원장인 김태년 의원은 “교육 재정에 칸막이를 치면 다른 교육정책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특별회계 편성은) 말도 안 된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회계 신설과 특별법 제정은 모두 법에 손을 대는 작업이라 야당의 협조 없이는 추진이 불가능하다.
또 현재 정부 입법에만 의무화된 페이고(pay-go) 원칙(제출 법안에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 계획을 마련해 첨부하는 것)을 의원 입법으로 확대하는 규정도 의원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다.
여소야대의 20대 국회 구성을 감안해 지금까지의 일방통행식 행정이 아니라 개혁을 구상하고 관련 정책을 검토하는 단계부터 야당과 협조하고 소통하는 협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 /차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