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알파고’로 세상이 변하는데… 20대 국회 과학기술인 5명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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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인 ‘의회 실험’의 역사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선자 300명 중 과학기술계 출신 당선자는 5명(1.7%)에 그쳤다. 이마저도 인공지능 ‘알파고’의 여파로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알려진 덕분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전 국회에서 과학기술계 의원은 18대(5명)를 제외하곤 3명을 넘지 못했다. 행정부가 과학기술인을 장관(급)에 임명한 사례는 많았지만 입법부에서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경우는 1980년대에 들어서 나왔다. 아직 과학기술계에 좁게만 느껴지는 국회의 문. 그 문을 연 과학기술인들은 어떤 사람일까.

과학기술계 의원, 국회 입성 후 각급 장 도맡아

1981년 제11대 전국구 비례대표에 당선된 고 최상업 의원(민주정의당)은 정통 과학기술인으로 국회에 입성한 첫 사례다. 서강대 화학과 교수로 부총장을 지낸 그는 59세에 국회에 입성한 뒤 아시아화학연합회 회장, 한국화학연구소 부이사장 등을 지냈다.

12∼14대 국회에선 정통 과학기술계라고 할 만한 의원을 찾아볼 수 없다. 15대 들어 경북대 전자공학과 교수인 정호선 의원이 당선됐지만 16대에서 다시 명맥이 끊겼다.

17대 국회에선 서상기, 홍창선, 김명자 의원 등 3명의 과학기술계 의원이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특히 홍창선 의원은 국회로 간 과학기술인 가운데 과학기술계 이력이 가장 화려한 인사로 꼽힌다. 2003년 KAIST 총장을 지낸 그는 17대 임기 동안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간사를 도맡았으며 20대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을 맡았다.

숙명여대 화학과 교수를 지낸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도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그는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이사장을 지냈으며 최근에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차기 회장으로 선출됐다.

이처럼 과학기술계 의원 대부분은 국회에 한번 발을 들여놓은 뒤엔 연구하던 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각급 장을 맡는 등 관리직 또는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비슷한 사례로 3선 의원을 지낸 서상기 의원을 들 수 있다. 1980년 한국기계연구원에 입사해 1992년 원장까지 지낸 그는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단 뒤 18, 19대 대구 북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현재까지 과학기술계 의원 중 유일한 다선 의원이다.

18대 총선 서울 송파갑에서 당선된 박영아 의원도 마찬가지다. 명지대 물리학과 교수였던 그는 의원에서 물러난 뒤 한국과학기술나눔포럼 상임대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 등을 맡았다.

물리학 박사가 5명으로 가장 많아

국회에 입성한 과학기술계 의원 수가 많진 않지만 현재까지의 명단을 보면 ‘55세 물리학 박사’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당선 전 학력을 보면 18대 박영아 의원, 19대 민병주 의원에 이어 20대 신용현, 오세정, 문미옥 당선자까지 모두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 20대 국회 문을 통과한 과학기술인 7명 중 4명이 물리학과 출신인 셈이다.

17대 국회의원에 나란히 당선된 홍창선, 서상기 의원은 기계공학 박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과학기술계 최초의 국회의원인 최상업 의원과 김명자 의원은 화학과 교수를 지냈다.

전기전자나 전산학을 전공하고 KT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유형도 눈에 띈다.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구본철 의원(18대)은 KT 상무대우를 지냈으며, 전기공학 박사 학위가 있는 이용경 의원(18대)은 KT 사장까지 올랐다.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한 20대 송희경 당선자는 KT 기가 IoT 사업단장(전무)을 지냈다.

과학기술계 국회의원들이 처음 국회에 입성한 나이는 평균 54.9세로 나타났다. 18대 박영아 의원과 20대 문미옥 당선자가 48세로 가장 젊은 나이에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며, 이용경 의원은 65세로 가장 늦은 나이에 첫 금배지를 달았다.

성별로 나눠보면 역대 과학기술계 의원 15명 중에서 여성 의원이 8명으로 남성 의원보다 1명 더 많다. 특히 20대 당선자 5명 중에는 여성이 4명이나 돼 남초(男超) 집단인 국회에서 과학기술계 의원만의 특수성을 드러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인공지능#알파고#과학기술계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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