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여당… 노동법 처리 장관요청에 “그럴 상황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표심 응답없는 정치권/새누리]지도부 부재-계파 갈등에 ‘올스톱’

前대표도 권한대행도 ‘곤혹’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왼쪽 사진)가 20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열린 당
 사무처 국실장 송별 오찬에 참석한 뒤 취재진이 현안에 대한 질문을 하자 답을 피하며 손을 내젓고 있다. 이날 오전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6한국포럼에 참석해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국회사진기자단
前대표도 권한대행도 ‘곤혹’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왼쪽 사진)가 20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열린 당 사무처 국실장 송별 오찬에 참석한 뒤 취재진이 현안에 대한 질문을 하자 답을 피하며 손을 내젓고 있다. 이날 오전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6한국포럼에 참석해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국회사진기자단
4·13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의 ‘정치적 공백’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20일도 당내에선 공개일정도, 메시지가 담긴 모두발언도, 대변인 논평도 없었다. 14일 최고위원회가 해체된 뒤 이를 대신할 비상대책위원회도 중단된 상태다. 집권 여당의 당 운영이 사실상 정지된 ‘아노미(혼돈) 상태’에 빠진 것이다.

새누리당의 리더십 부재 상태는 5월 초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당선자 워크숍에서 비대위의 성격을 놓고 ‘관리형’이냐 ‘혁신형’이냐 갑론을박이 예상되지만 명확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새 원내사령탑을 중심으로 비대위를 구성한 뒤에야 당 혁신 절차를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 ‘극한 혼란’에 당 운영 올스톱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됐다가 쇄신파로부터 비토당한 원유철 원내대표는 사실상 ‘대외용’ 대표 권한대행의 처지가 됐다. 이는 자진 사퇴한 김무성 전 대표의 실질적인 권한을 넘겨받은 인사가 현재 당에 없다는 얘기다. 원 원내대표는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고위도, 비대위도 없이 원내대표만 남아 있는 당이 됐다”며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원 원내대표는 향후 당 수습 일정에 대해선 “26일 당선자 워크숍에서 당의 비전을 논의한 뒤 당선자 총회를 열어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하게 된다”며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주자들이) 선거운동을 하는 절차를 감안하면 (선출은) 5월 초에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새 원내대표를 주축으로 구성될 예정이라 이때까지 수습 작업은 ‘올스톱’ 된다.

당정청 관계도 불협화음을 노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구조개혁을 강조했고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국회를 찾아 노동개혁법의 처리를 당부했다. 하지만 원 원내대표는 면담 직후 기자들을 만나 “지금 정치적 상황이 바뀌었으니 막 (노동 4법을) 밀어붙일 상황이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17일로 예정됐던 고위 당정청 회동도 취소됐다. 혼란에서 허우적대는 새누리당의 현주소다.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친박(친박근혜)계 이정현 의원은 라디오에서 “(공천 과정에서) 무능, 무책임, 무시스템을 보여준 만큼 이런 (총선 패배라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더 이상할 정도”라며 “(그러나) 몇 사람에게만, 예를 들어 김무성 대표에게만, 마녀사냥식으로 말고 모두가 책임을 절실하게 같이 져야 한다”고 했다.

○ 길 잃은 ‘당 혁신’

새누리당이 총선 패배 후 수습책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당의 구심점이 실종된 데도 원인이 있다. 성공한 비대위로 꼽히는 2012년 ‘박근혜 비대위’는 확실한 미래주자가 당권을 빠르게 접수하며 일사불란한 당 혁신이 가능했다.

그러나 탄핵 역풍을 맞은 2004년 이후 새누리당이 위기를 겪을 때마다 구원투수가 됐던 박 대통령은 이번 총선에서 심판대에 올랐다. 차기 대권 도전이 유력했던 인사들은 대부분 낙선하며 초토화됐다. 원조 쇄신파인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도 도정에 전념하겠다는 태도다. 말 그대로 ‘인물난’에 빠진 것이다.

각 계파나 특정 인물들의 ‘밀리면 죽는다’는 절박감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3선 이상 중진 가운데 원내대표 경선이나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기득권을 내려놓고 당 구하기에 나선 인물은 단 한 명도 없다. 원 원내대표도 비대위원장 수락에 앞서 당권 도전에 대한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으며 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총선 참패의 빌미를 제공한 친박계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자칫 헤게모니(주도권) 싸움에서 밀릴 경우 재기가 쉽지 않다며 다시 나설 기회만 노리고 있다. 비박(비박근혜)계 인사들은 무주공산(無主空山)인 당의 상황을 되레 기회로 여기고 ‘백가쟁명(百家爭鳴)’식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계파를 불문하고 차기 원내대표, 당권 주자들은 출마 선언 시기만 저울질하는 분위기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보수의 몰락으로 갈 수도 있는데 당권을 잡겠다는 사심이 당의 절박감에 앞서며 새누리당이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진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새누리당#노동법#계파갈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