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가 이렇듯 비정상으로 빠져든 데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5년 단임 대통령중심제란 기형적 정치제도를 너무 오래 끌고 온 탓이 가장 크다고 본다. 현행 제도는 1987년 6월 민주화 이후 이른바 3김 정치라는 왜곡된 상황이 초래되면서 3자 간 권력 나누기가 빚어냈다. 3김 퇴장 이후로도 이 제도를 그냥 붙들고 온 까닭이란 대체 뭔가. 지금까지 권력자들이 ‘제왕적’ 대통령 권력에 도취돼 개헌에 소극적이었거나 그걸 방해했기 때문이라고 나는 해석한다.
이제라도 헌법 개정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 무엇보다 제왕적 대통령 권력이 축소돼야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만 된다면 대권 탈환전이 사생결단하듯 전개되진 않을 터다. 전통적 형태의 내각책임제나 오스트리아 방식의 이원집정제를 검토해 볼 만하다. 물론 지금 미국이 시행하고 있는 4년 중임 대통령중심제도 대다수 국민이 희망할 경우 배척해선 안 된다.
김덕중 개헌시민운동본부 상임대표·한국정치문화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