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세종시 이전’식 선동적 공약 스스로 걸러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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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세종시 이전’을 총선정책 공약집에 넣었다가 이틀 만에 백지화했다. 어제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현재 상황에서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한다는 것은 지난 헌법재판소 판결 등을 고려할 때 시기상조인 것 같다”며 일단 분원을 세종시에 만든 뒤 실질적 이전은 장기적 과제로 넘기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더 커지기 전에 국회 이전 공약을 철회해 다행스럽다. 하지만 법적 타당성과 국론 분열, 지역주의 논란 같은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고 공약집에 넣은 것은 경솔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더민주당은 행정부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20대 국회 중에 세종시로 국회 이전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면 공무원들이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는 행정 낭비는 줄어들지 모른다. 그러나 현행 헌법 아래서는 위헌 소지가 있다. 2004년 헌법재판소는 “관습헌법상 수도는 입법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어야 하며 대통령이 활동하는 장소”라고 규정한 바 있다.

세종시는 “(대선에서) 재미 좀 봤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토대로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지역감정을 선동했고, 두고두고 국가적 논쟁을 일으킨 폭탄 같은 이슈였다. 지역 균형발전을 내걸고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나라 전체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장차관부터 국장 과장들이 국회에 불려 다니느라 공무원들의 서울 출장비만 연간 230억 원이나 된다. 부처 간 소통이 미흡해진 데 따른 정책 품질 저하 등 ‘광의의 행정 비효율’까지 합하면 연간 매몰비용이 약 5조 원에 이른다는 추계도 나와 있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더민주당이 국회 이전을 총선공약집에 넣었다면 충청권 표심을 노린 포퓰리즘적 발상이다. 선거구 변화로 충청권 의석이 25석에서 27석으로 늘어나 대구경북(25석)보다 많고 호남권(28석)과 맞먹게 됐으니 충청에서 또 한 번 재미를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국회 분원만 만든다고 해도 툭하면 장차관을 불러 호통 치는 ‘국회 갑질’을 버리지 않는 한, 행정 비효율에 입법 비효율까지 더해질 우려가 크다.

더민주당이 국회 이전 공약을 자진 철회하기는 했지만 일부 유권자의 이기적 감정을 자극해 표를 얻겠다는 공약은 아직도 수두룩하다. 새누리당은 금융채무 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의 개인채무 원금 감면 확대, 더민주당은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기초연금 차등 월 30만 원 지급, 국민의당은 국민연금을 재원으로 한 컴백홈 법안 같은 국가 재정의 기둥뿌리를 흔들 수 있는 선동적인 공약을 내놓았다. 국가와 미래를 아랑곳하지 않는 묻지 마식 선거 공약은 각 당이 스스로 폐기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국회 세종시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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