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독자 대북제재 나선 한국, 美-中의 ‘속내’는 파악하고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9일 00시 00분


코멘트
정부가 어제 유엔 대북(對北)제재와 별도로 독자적인 대북제재를 발표했다. 김영철 노동당 대남비서 등 40명과 단체 30곳에 금융제재를 하고, 외국 선박이 북한 기항 후 180일 내에 국내에 입항하는 것을 전면 불허하는 등 해운 제재도 강화했다.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북한 식당을 이용하는 것도 자제하도록 당부했다.

유엔 제재의 빈틈을 보완하는 조치라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면서 “시작에 불과하다”고 했던 것만큼 고강도는 아니다. 김정은 일가가 여전히 제재 대상에서 빠졌고, 북 외화벌이 창구인 해외 노동자 파견을 제약하는 것도 외교 문제 때문인지 포함되지 않았다.

7일부터 한국과 미국이 시작한 역대 최대 규모의 연합군사연습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연이은 도발에 대한 분명한 경고의 성격이 있다. 유사시 대북 선제타격과 함께 국방부는 부인했지만 김정은 정권을 제거하는 ‘참수작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정부의 제재 목표와 수위는 분명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밝힌 대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될 때까지 강력하고 실효적인 모든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은 이미 ‘제재 이후’를 준비하는 조짐이 역력하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어제 “한반도 문제를 대화 테이블로 복귀시키는 데 도움만 된다면 우리는 각국이 제기한 3자, 4자, 나아가 5자 접촉까지를 포함해 모든 것에 개방적 태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7일 “우리는 6자회담 재개를 원하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원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과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협의에 대해서도 “그 같은 협의가 필요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

미중이 안보리 결의와 사드 배치 보류를 놓고 모종의 전략적 흥정을 해놓고 ‘비핵화 회담’으로 국면 전환을 모색한다면 북에서 한국 정부의 제재를 뼈아프게 받아들일 리 없다. 제재와 압박으로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게 만들 수 있을지 확실치 않더라도 지금은 북한이 손을 들 수밖에 없을 만큼 국제사회가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할 때다.

정부는 대북 정책의 목표를 김정은 정권의 교체와 붕괴, 통일까지 내다보는 압박에 둘 것인지, 핵을 동결한 북한 및 주한미군이 없는 한국으로 갈 것인지 미국과 전략 목표를 공유해야 한다. 북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정부가 미중의 속내를 간파하지 못한 채 난처해지는 일이 없도록 출구전략까지 내다보면서 전략·전술적 유연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대북제재#연합군사연습#북한#미국#한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