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선 42일 전 ‘野통합 제안’ 김종인, 국민은 안중에 없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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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야권이 4·13총선 승리를 거두기 위해 통합에 동참하자는 제의를 드린다”며 ‘당 대 당’ 야권 통합을 제안했다. 대통령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을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를 겨냥해 김 대표는 “이기심에 집착하지 말고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하고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이루기 위해 단합된 모습을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안 공동대표는 “지금 이 시점에 그런 제안을 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은 “진의를 알아보겠다”며 온도 차를 보여 ‘통합 폭탄’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듯하다.

야권 통합 또는 후보 간 연대 논의는 김 대표가 꺼내지 않았더라도 불거졌을 일이었다. 불과 몇 %의 득표율 차로 당락이 갈리는 수도권 박빙 지역에서 ‘일여다야(一與多野)’는 야권에 불리한 구도임이 분명하다. 새롭게 획정된 선거구에서 수도권 의석이 10석이나 늘면서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선 수도권에서만이라도 선거연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나왔다. 더구나 19대 총선에서 더민주당의 전신인 통합민주당이 통합진보당과의 선거연대로 재미를 본 기억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김 대표가 총선을 42일 앞둔 이 시점에 통합 제의를 한 것은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본보 인터뷰에서 안 대표에 대해 “정직성이 결여돼 있다”고 했고,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대해서도 ‘시기상조’라고 했던 김 대표가 자신이 한 말조차 뒤집는데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통합 협상을 하기엔 시간이 부족한데도 사전 의사 타진도 없이 불쑥 통합을 말하니까 ‘필리버스터 국면 전환용’, ‘국민의당 흔들기용’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더민주를 탈당한 분들 대다수가 당시 지도부의 문제를 걸고 탈당을 했는데, 그 명분은 지금 다 사라졌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총선 지휘탑이라고 해서 실질적 오너인 문재인 전 대표와 친노(친노무현) 친문(친문재인) 세력이 정리됐거나, 운동권 체질이나 ‘낡은 진보’ 청산이 완결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안철수 대표가 “먼저 당내 정리부터 하기 바란다”고 일침을 놓은 것도 이 때문일 터다.

친노 패권주의 정당을 개혁해 ‘수권 정당’을 만들겠다던 김 대표가 총선 승리만을 위해 이미 떨어져 나간 당을 다시 붙이자고 하는 것은 정당 발전에도, 민주정치 발전에도 역행한다. 유권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모두에 실망해 제3당에 기대를 걸었던 유권자는 선택할 기회마저 뺏기는 일이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회견에서 야권 분열에 대해 “4년 동안 제대로 일하지 않다가 국민의 심판을 피하기 위해 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김 대표가 창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국민의당을 분열시키면서 총선 정국을 주도하기 위해 ‘통합 폭탄’을 던진 것이라면 노회한 책사(策士)의 선거용 정치공학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선거 후 정책연대를 한다면 몰라도 선거 전에 당을 뗐다 붙였다 하는 건 선진국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행태다.
#김종인#더민주당#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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