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철수의 국민의당, 야권연대 끊어야 양당구도 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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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이 어제 공식 출범했다. 안 의원은 상임 공동대표 수락연설에서 “대한민국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기득권 양당체제와 싸우겠다”며 “한국 정치의 판을 바꾸는 혁명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새 정치를 내세우며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에 창당 형식으로 들어갔다가 51일 전 탈당한 것을 의식한 듯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국민의당과 이번 선거에 저의 모든 것을 걸겠다”고 연설을 시작해 “똑바로 하겠다”며 끝을 맺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이 주도하는 양당 중심의 의회 정치에 소속 의원 17명의 제3당이 등장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한상진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은 국민의당의 지향점을 ‘중도개혁’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치는 이념과 지역을 볼모 삼아 증오와 배제의 양극단으로 달려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의당이 무주공산과 다름없는 중원을 차지하는 제3세력이 되어 꽉 막힌 정치에 돌파구를 열어주기를 기대한다. 대전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연 것도 ‘호남 중심당’에서 벗어나 충청권으로의 세 확장을 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국민의당이 갈 길은 결코 순탄치 않다. 안 의원의 대통령선거 도전을 염두에 둔 ‘안철수당’이면서도 ‘안철수 사당(私黨)’이 아니어야 하고, ‘새 정치’를 표방하면서도 기성 정치인 중심으로 세를 키우고 당을 이끌어 가야 하는 상호 모순적인 과제 앞에 서 있다. ‘호남정치’에 응답하겠다고 나섰지만 지역정치는 극복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정강정책의 전문에 나온 대로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양 날개로 국민에게 안전한 삶, 따뜻한 복지를 제공하는 민생정치를 추구’함 직한 새로운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보수와 진보의 틈 속에서 뚜렷한 정체성을 찾는다는 것도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념이 빠진 정체성은 자칫 공허할 수 있다. 새누리당과의 차별화는 이미 더민주당만으로도 차고 넘친다. 결국 안 의원이 ‘낡은 진보’라고 규정했던 더민주당의 운동권식 정치와 어떻게 차별화하느냐를 생존전략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그것도 공허한 주의 주장이 아니라 국회에서의 법안 처리 같은 정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중도층과 무당층의 마음을 얻고 동시에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지지층까지 일부 끌어올 수 있다.

국민의당이 선거 때면 나타났다 사라지는 또 하나의 신당이 되지 않으려면 이번 총선에서 다른 야당과의 통합이나 후보연대 없이 모든 선거구에 독자 후보를 내서 끝까지 경쟁해야 한다. 자신의 당선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기성 의원들이나 유력 후보들의 등쌀을 안 의원이 끝까지 버텨낼 리더십이나 배짱이 있을지 의문이다. 여기에서 또 철수(撤收)하면 안 의원에겐 다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국민의당#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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