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日 위안부특사 ‘깜짝 제안’ 들고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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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외교장관 28일 ‘위안부 해법’ 회담]
‘10억원 이상 지원 기금 신설… 아베 사죄 담긴 편지 전달’
日, 언론 통해 협상案 여론몰이… 법적책임 인정 여부가 관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최종 타결 가능성을 두고 한일 양국이 담판을 벌인다.

외교부는 25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이 28일 당일 일정으로 서울을 방문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고 발표했다. 27일에는 사전회의 성격인 외교부 국장급 협의가 열린다.

이번 협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희망해 온 대로 위안부 문제가 ‘연내’ 타결될지 주목된다. 위안부 문제를 제기한 지 25년 만에 한일 간 난제가 해결된다면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 국면을 앞둔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자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섣부른 위안부 문제 합의는 역풍을 불러와 정치적인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관건은 일본이 얼마나 진전된 태도를 나타낼지에 달려 있다. 기시다 외상은 이번 방한에서 ‘책임’과 ‘사죄’가 담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편지를 피해자들에게 전달하고 일본 정부 예산으로 1억 엔(약 9억7000만 원) 이상의 새로운 기금을 만들어 지원할 것이라고 일본 언론은 보도했다. 고위 외교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시민단체가 만족할 수준은 아닐지 모르지만 기시다 외상이 언론에 보도되는 안보다 진전된 ‘깜짝 제안’을 들고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합의가 이뤄지면 두 장관이 공동 발표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태도여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 日 ‘최종합의 약속-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 요구할듯 ▼

○ 아시아여성기금 확대한 기시다 안(案)


기시다 외상이 해법을 갖고 오더라도 핵심은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 단체들이 납득할 수 있느냐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기시다 안은 이명박 정부 시절 한일 사이에 오간 ‘사사에 안’이나 김영삼 정부 당시 제시됐던 아시아여성기금과 원칙적으로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일본 총리의 사죄 △사죄를 담은 편지 전달 △정부 예산이 들어간 금액 지불 등 세 요소는 기본 골격이 같다. 교도통신은 사죄 편지 내용으로 “‘일본의 책임을 통감한다’는 부분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법적 책임’ 대신 ‘도의적 책임’만 지겠다는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기시다 외상이 얼마나 진전된 ‘깜짝 제안’을 하느냐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이달 15일 도쿄에서 열렸던 11차 국장급 협의에서 “한국 측이 ‘일본이 훌륭한 해결안을 내면 (한국의 위안부 단체를) 반드시 설득하겠다’는 의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과거에 아시아여성기금을 만들면서 정부 예산(7억5000만 엔)을 의료복지비로 내놓았으나 돈의 성격은 ‘민간기금’이라고 규정했다. 이번에도 일본은 ‘배상금’은 아니고 ‘성의 표시’ 차원에서 10년 치 의료지원비를 일괄 계상한 기금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이것으로 박 대통령이 “피해자가 납득할 수준이 돼야 한다”고 밝힌 가이드라인을 충족할지 여부다. 자칫하면 기껏 10억 원 정도의 돈을 받으려고 3년간 일본과 맞섰느냐는 논란마저 벌어질 수도 있다. ‘사사에 안’이 좌초된 것도 돈이 문제가 아니라 ‘총리 사죄=법적 책임 인정’으로 해석하겠다는 한국의 주장을 일본이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안부 피해자 지원기관 ‘나눔의 집’의 안신권 소장은 “법적 책임 인정 없이 ‘인권과 복지’를 위한다는 일본의 해법에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마치 일본이 ‘우리는 할 만큼 했으니 이제 피해자 할머니들이 양보하라’고 압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추가 걸림돌인 일본의 한국 상응조치 요구

일본이 △최종 해결이라는 약속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 이전 등 ‘주고받기 식’으로 한국의 상응조치를 요구하는 점도 걸림돌이다. 니혼TV 계열 뉴스 네트워크인 NNN은 일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위안부 문제를 다시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을 담보하기 위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라고 명기한 문서를 발표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한국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가해자인 일본이 해법을 제시하라고 요구해 온 원칙과 배치된다. 현재까지의 일본 보도대로라면 뭔가 새로울 것도 없는데 더이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약속까지 하라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일본은 언론을 통해 뭔가 타결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협상 파트너인 한국보다는 한일 관계 개선을 종용하는 미국을 쳐다보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외교장관회담을 앞두고 사전에 한일 물밑 교섭이 얼마나 진행됐는지에 대해 양국의 얘기는 엇갈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시다 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다. 한일 외교회담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하게 말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실무 레벨에서 상황을 타개하지 못했기 때문에 장관급 회담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내가 책임진다”고 말한 아베 총리로부터 방한 지시를 받은 기시다 외상은 이날 협상 전망을 묻는 기자들에게 “땀을 흘릴 용의가 있다. 위안부 문제는 어렵지만 아슬아슬한 조정(최대 한도로 협상을 의미)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조숭호 shcho@donga.com·우경임 기자 /도쿄=장원재 특파원
#일본#위안부#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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