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물꼬 텄지만… 해결 해 넘기면 양국 또 냉기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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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정상회담]

마주 앉은 두 정상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에서 두 번째)가 2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정상회의에서 마주 앉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마주 앉은 두 정상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에서 두 번째)가 2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정상회의에서 마주 앉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일 ‘위안부 문제 조기 타결을 위한 협의 가속화’ 합의로 꽉 막힌 한일관계 개선에 ‘물꼬’를 텄다. 과거사에 발목이 잡혀 경제 안보 분야 협력까지 퇴색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간 협력체제 복원의 첫발을 내디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조기 타결 시점’ 놓고 단독회담에서 공방


양국 정상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매듭짓는 시점과 관련해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이라는 전환점에 해당되는 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라는 대목을 넣었다. 모호한 문구만큼 회담 직후 한일 양국의 해석에도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청와대는 ‘사실상 연내’라는 쪽에 무게를 두는 반면 일본 측은 “타결 시점을 정해 놓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 비공개 단독회담에서 조기 타결 시점이 최대 난제였다고 한다. 앞서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연내 해결’을 언급한 박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도 타결 시점을 ‘연내’로 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난색을 표명했고 긴 공방 끝에 ‘올해가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는 절충안을 마련한 것이다. 단독회담이 당초 30분에서 1시간으로 길어진 것도 이 같은 공방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위안부 문제가 한일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이던 상황은 바뀐다는 관측이 많다. 위안부 문제를 다른 현안들과 분리하는 ‘투 트랙’으로 접근한다는 기반은 마련했지만 그 기반은 여전히 약해 보인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가 연내 타결되지 않고 늦어지면 양국 관계는 또다시 불편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아베 “위안부 협상 진행해 일치점 찾는 것 가능”


위안부 문제 협의 타결을 위해 무슨 내용을 담아야 할지에 대해서도 양국 간 견해차가 있다. 한국 정부는 책임 있는 사과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체결 당시 위안부 문제의 존재 자체를 몰라 요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이날 귀국한 뒤 일본 BS후지 방송에 출연해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양국 국민이 (해결책에 대해) 완전히 납득하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그 와중에 협상을 진행해 일치점을 찾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인도적 차원의 추가 조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방송 말미에 한 시청자가 “위안부 문제 해결과 관련해 골포스트(목표)를 계속 움직이는 한국과 어떻게 협의할 것이냐”고 묻자 아베 총리는 “많은 일본인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을 것 같다. 서로 합의하면 다음에는 이 문제를 다시 제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이번이 최종적인 결론이라고 보증해야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존 태도를 재확인한 것이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김군자 할머니(90)는 “70년을 기다렸는데 무슨 회의를 또 한다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정상회담에 마지막 기대를 걸었지만 알맹이가 없는 회담이었던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 제자리걸음하는 국장급 협의


양국 정상이 조기 타결을 위한 협의 가속화를 지시한 대상은 현재 양국 외교당국 간에 진행 중인 국장급 협의다. 현재 국장급 협의는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9차례 한일 국장급 협의가 열렸으나 뚜렷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올해 외신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협의가 최종 단계에 있다”고 밝혀 기대감이 형성됐지만 일본의 강제징용 관련 시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과정에서 갈등을 겪으면서 진전을 보지 못했다.

박민혁 mhpark@donga.com·김도형 기자 /도쿄=장원재 특파원
#위안부#한일정상회담#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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