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쟁할 수 있게 된 일본, 전략적 用日 고민할 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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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안보법안이 마지막 관문인 참의원 본회의에서 오늘 새벽 강행 처리됐다. 이번에 통과된 안보법안은 제3국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반격할 권리를 인정한 것이 핵심이다. 일본이 1946년 평화헌법 제정 이래 70년 가깝게 지켜온 전수방위(專守防衛·오직 방어를 위한 무력만 행사) 원칙이 깨진 것이다.

안보법안은 모두 11개 법률의 제정 및 개정안으로 ‘일본 국민은 국가 주권으로서 전쟁을, 그리고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 위협과 무력행사를 영원히 포기한다’고 규정한 일본 헌법 9조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일본 헌법학자 90%가 위헌이라고 반대할 정도로 시민사회의 반발도 컸다. 그런 반(反)평화법안을 아베 신조 정권은 반(反)민주적 방식으로 강행 처리했다. 야당 의원들이 “일방적으로 가결한 것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내각불신임과 총리문책 결의안을 냈지만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안보법제 처리가 일본의 내정에 관한 문제이긴 하지만 한국으로선 결코 강 건너 불처럼 여길 수 없는 인접국의 중대 사안이다. 타국에 대한 공격일지라도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으면 자위대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는 한반도 유사시 미군에 대한 북한의 공격을 빌미로 자위대가 북한을 공격하고, 한국 정부의 동의를 조건으로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 영토에 진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

일본 군국주의의 희생자였던 한국은 일본이 과거 침략과 식민지배를 참회하기는커녕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부활하는 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중국과 북한을 자극해 동북아 군비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악의 경우 한국의 주권 행사가 미일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좌우되는 상황에 놓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략적으로 판단한다면 일본의 안보법제가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고, 중국의 군사 굴기(굴起)에 맞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미일동맹이 한미동맹의 후방지원 성격을 갖고 있는 까닭이다. 우리가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미일 3각 협조 체제를 유지한다면 한국의 안보전략에 맞게 일본을 활용할 수도 있는 일이다. 한국은 전쟁할 수 있는 일본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 양국 간 군사정보 교류 확대 등 협력 방안도 적절하게 강구하는 실리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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