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朴대통령 열병식 참석”… 靑 “세부일정 中과 협의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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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다음 달 3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다고 중국 외교부가 25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중국 정부는 또 북한을 대표해 최룡해 노동당 비서(사진)가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일각에서 제기돼 온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9월 방중 계획은 무산됐다.

장밍(張明) 외교부 부부장은 이날 오전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9·3 기념행사에는 참석하되 열병식에는 참석하기를 원치 않는 외국 지도자가 있느냐”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중국을 찾는 외국 지도자들은 ‘모두’ 9·3 기념대회를 포함한 중요 활동에 참가한다”고 답했다.

궈웨이민(國爲民) 국무원 신문판공실 부주임도 “기념대회는 열병식과 같이 열린다”고 말해 박 대통령 등 ‘모든’ 외국 지도자들의 열병식 참석을 기정사실화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승절 기념행사 세부 일정을 포함한 박 대통령의 방중 일정은 중국 측과 협의 중이며 앞으로 적절한 시점에 알려 드리겠다”고 말해 중국 측의 발표를 대놓고 부인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는 박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30개국 지도자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수장 10명 그리고 각국 정부 대표 19명 등 모두 59명이 참석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불참을 발표한 일본은 이번 열병식에 정부 대표단도 파견하지 않을 방침이다.

한 베이징 외교가 소식통은 “한국이 열병식 참관단에 한국군 장성을 파견하기로 했다. 이번 행사를 성대하게 치르려는 중국 측에 성의를 보이기 위한 것”이라며 “반면 북한은 열병식에 자국 군대는 물론 참관단도 파견하지 않기로 했다. 대중국 외교에서 남북 관계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고 말했다.

장 부부장은 김정은의 불참 이유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관련국에 초청장을 보냈다”는 말로 즉답을 피한 대신 “최룡해 비서가 이끄는 북한 대표단이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김정은의 방중이 불발에 그친 것을 놓고 다양한 해석들이 나온다. 우선은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그해 12월 장성택 행정부장의 처형 이후 냉각된 북-중 관계가 전환될 만한 계기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된다. 또 김정은이 5월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도 가지 않았는데 중국 전승절 행사에만 참석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김정은이 북한을 떠나기에는 아직 권력적으로 불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중국의 혈맹이기는 하지만 많은 국가 정상들이 참석하는 이번 전승절 행사에서 돌출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는 김정은이 의전적으로 제대로 대접받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김정은을 대신해 최룡해가 참석하게 됐지만 최룡해가 김정은의 친서를 갖고 방중할 경우 북-중 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최룡해는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 이후 북-중 관계가 악화되자 그해 5월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베이징을 방문한 바 있다. 당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최룡해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핵 보유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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