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심화땐 복지 파산… 출산장려 5개년 계획 세우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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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년][광복 100년의 미래/오피니언 리더 설문]분야별 제언<4>복지

광복 100주년을 맞는 2045년. 대한민국의 복지는 여느 선진국 못지않은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제도만 유지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 비율이 현재(10%)의 2배 이상으로 늘어 2045년 25%를 돌파하기 때문이다. 수치만으로 보면 유럽형 복지 국가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복지 전문가들은 “이런 재정 추계 수치는 그저 ‘장밋빛 미래’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와 같은 ‘저출산과 고령화’ 추세가 이어질 경우 복지 재정 파탄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복지 디스토피아’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경고다.

동아일보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복지 전문가 12명 전원은 “현재의 정부가 추진 중인 저출산, 고령화 정책으로는 복지 재정 파탄을 막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 저출산 해결 없인 2045년 복지 디스토피아

실제로 2045년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심각한 초고령사회가 된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현재(3695만 명)의 73% 수준인 2717만 명으로 줄어드는 데 반해 노인인구(65세 이상)는 현재의 3배 수준인 1747만 명으로 폭증한다. 젊은이들의 노인 부양 의무가 현재보다 2배 이상 급증하는 셈이다.

고령화 여파는 복지 재정 파탄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대표적인 노후 장치인 국민연금은 2043년을 기점으로 기금이 급속히 줄어들어 2060년 고갈을 맞게 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도입 40주년이 되는 2028년까지 국민연금 보험료율(현 9%)을 13%까지 올려야 한다”면서 “합계출산율(한 명의 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은 당장이라도 1.5명 이상 끌어올려야 이런 파국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노인 의료비가 폭증하는 것도 문제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원되는 60대 이상 노인의 의료비는 현재(약 23조 원)보다 7배 가까운 약 160조 원으로 급증한다. 건강보험료 인상 없이는 재정이 견뎌내기 어려운 수준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국민들은 국민연금 고갈에 대한 우려를 많이 하고 있는데, 사실 더 심각한 건 건강보험 재정 파탄이다”라고 지적했다.

○ 저출산·고령화 대책 사실상 개점휴업

복지 디스토피아를 막기 위한 근본적 처방은 저출산 극복이다. 복지 전문가 12명 중 7명은 ‘저출산 정책의 전면 쇄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의 복지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2045년까지 합계출산율을 2.1명으로 끌어올려 유지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한국 인구가 4300만 명 안팎에서 안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가능인구도 장기적으로 2300만 명 선으로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저출산 추세는 개선의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것이 실정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처럼 13년이나 초저출산율이 계속된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정부의 저출산, 고령화 대책도 ‘백약이 무효’라는 말을 떠올릴 정도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 설문에 응한 복지 전문가 12명은 정부의 저출산 대책을 10점 만점에 평균 5.1점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2005년 6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을 제정했다. 이후 정부는 저출산 해소를 위해 9년간 66조 원을 투입했지만 2013년 합계출산율은 1.19로 더 떨어졌다. 2005년 9월 발족한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활동도 미비한 실정이다. 2008년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격하됐다가 2012년 다시 대통령직속으로 돌아왔지만 활동은 미미하다. 현 정부 들어 위원회는 올해 2월 단 한 차례 열렸을 뿐이다.

○ 범국가 차원의 종합 계획 세워야

전문가들은 모든 경제의 성장동력은 결국 ‘사람’인 만큼 한국 사회가 미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이 유례없는 인구 감소를 겪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대책 역시 전례 없이 파격적이어야 하고, 범국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둘째 아이 출산 수당, 남성 육아휴직 법적 의무화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했던 것처럼, 저출산 극복을 위한 특단의 5개년 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이민 및 다문화 가정 지원 정책도 새롭게 세워야 한다. 앞으로 이민의 양상은 결혼뿐 아니라 유학, 취업, 사업 등으로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민 및 다문화 정책은 한 국가가 어떤 외국인을 어떻게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일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적 차원에서 장기적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

또 전문가들은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지금부터 조금씩 올려야 2045년 후세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간접세보다는 직접세를 올리고 각종 감면세를 줄여야 조세 저항을 줄일 수 있다. 복지 서비스를 현금이나 현물이 아닌 보육이나 교육, 간병 등 사람이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확대할 필요도 있다. 이 경우 수혜자 복지 증대는 물론이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유근형 noel@donga.com ·이지은 기자
#고령화#복지#출산장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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